[특별인터뷰] 이범용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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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이범용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 승인 2009.04.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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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과 원칙이 서야 권위 인정받죠”

대한한의사협회의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는 역대의 많은 대의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의사제도의 고비고비마다 중대한 의결을 통해 한의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나아가서는 한의학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간혹 한의계가 무기력에 빠질 때는 의장단이 키잡이 역할을 하면서 역사의 파고를 헤쳐나갔다. 그중에서도 총회의장의 역할은 컸다. 총회가 방향을 잃고 헤맬 때는 권위와 원로의 지혜로 앞길을 비춰줬다. 대의원총회와 의장을 바라보는 일선한의사의 평가는 대체로 이런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권위와 지혜의 상징인 총회의장에 이범용 의장(53·서울 성북구 유명한의원)이 재선됐다. 지난 3월 29일 열린 제54회 한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다. 그의 의장 재선은 15년 이상 의장을 하던 전례에 비춰보면 대단히 평범한 사건에 불과하지만 그의 재선이 가지는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당선 소감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사람이 바뀐다 해도 체계가 한번 구축되면 계속 지켜져야 합니다. 한의계 최고의 미래지도자의 모임인 대의원총회라면 정관에 준해 소집되고 진행돼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해달라고 의장의 소임을 다시 맡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 마디로 대의원총회의 운영 매뉴얼을 만드는 의장이 되겠다는 의장이 되겠다는 것이 그의 당선소감을 관통하는 핵심메시지다. 권위와 효력이라는 최고의결기관의 덕목을 발전시키려면 구체적인 운영 틀을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일관된 생각이다.

■“운영매뉴얼 만드는 의장 될 것”

이 의장의 구상은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월18일에 열리는 한의협 선거관리위원회에서 1년 동안 적용할 매뉴얼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그가 매뉴얼화할 분야는 인구비례에 의거한 구체적인 대의원선출방법, 대의원 선출시 자격, 회장선거시 추천대의원의 자격, 위임장의 효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지나치리만치 원칙을 중시하는 것은 좋아서도 아니고 성격 때문만도 아니다.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원리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회무의 누수로 이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거꾸로 원칙을 지키는 자만이 살아남고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지시킨다. 과거 대한약사회장이 표결시 의결정족수에 위임장이 산입되는지 여부로 직무정지가처분을 당하는 것을 보고 표결에 관한 규칙을 만든 것이나 개원 이래 지금까지 한버도 거르지 않고 회기년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회비를 완납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 특유의 의사진행솜씨로 주목

이 의장은 매뉴얼 작성능력뿐 아니라 특유의 의사진행솜씨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회의진행자로서, 회의주최자로서, 그리고 조정자로서 총회의 민주적, 생산적 진행을 돕는다.
그가 의장으로서 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안건 하나에도 안건이 성립되는지 치밀히 검토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관련자의 의견을 미리 청취하거나, 심지어는 회의에 참석해 안건을 올리게 된 경위를 파악해 심의 이전에 조정하는 기교를 발휘한다. 회의진행시에는 발언 횟수와 시간, 발언자 배분을 치밀하게 한다.

그러나 그는 총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가령 예결산분과위의 경우 밤샘 노고에 비해 합리성이 결여된 듯이 보인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합리적으로 조정된다면 예산이 합목적적으로 배분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의원이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하고 연구·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대의원들에게 모범회의 진행법을 숙지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대의원 참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재임중 권역별 토론회를 현재의 3군데에서 최소 8군데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의장단이 지부별 순회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밖에도 학생들의 한의협 점거로 못했지만 AKOM 통신망을 통해 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한다고.

■“임상활용 능력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 전면 개편돼야”

의사진행의 형식도 형식이지만 그는 무엇보다 논의의 내용을 중시한다. 그가 지난 총회 시작에 앞서 개회사를 통해 대의원들이 다뤄야 할 주요 의제를 던진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의장은 먼저 한의대 교육체계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인문학 분야의 교육목표는 교양을 쌓는 수준이지만 의학계통의 대학은 교육내용을 실생활에 활용하지 않으면 전공자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린다는 측면에서 임상활용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프로그램이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중에서도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12개 한의학관련 대학에서 한방영상진단학 개설, 국가고시 출제를 통한 검증, 석·박사 논문이 많이 발표될 수 있도록 한의협의 예산 반영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부 차원의 이력추적제도 시행을 비롯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배단계에서부터 생산·유통·소비에 대한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 감독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방의약품’의 정의를 약사법 모법과 하위법령에 반드시 반영할 것을 희구했다. 내용은 한약제제이지만 한약제제의 제조허가 및 관리가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약사법의 제약 탓이 크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이 의장은 이런 고민을 며칠 동안 한 뒤 직접 개회사를 썼다고 털어놨다.
이야기를 마쳐갈 즈음 일선한의사들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달라는 기자의 주문에 한사코 사양하다 뿌리치지 못하고 속에 깊이 담아놓은 이야기를 한다.
“한의사는 사회의 여론주도층으로 인정받을 만한 기본백그라운드가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의사가 도덕적 책무를 충실히 하면 한의사의 지위가 공고해지고 미래가 보장됩니다.”

한의협 대의원총회가 그의 희망대로 효율적인 최고의결기구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대담 =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정리 =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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