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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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5)
  • 승인 2009.04.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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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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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한 말투를 조심하십시오②

환자를 완치시킬 때까지 성공적으로 치료하려면, 초진 시간에 그 성패가 갈릴 수 있으며, 이때 좋은 첫인상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미지 형성에 있어 시각적인 요소가 55%, 청각적인 요소가 38%를 차지한다고 하였지요. 청각적인 요소로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목소리, 즉 말투입니다. 지난 호에서는 거만한 말투를 조심하자는 얘기였고, 이번 호에 다시 전해드립니다.

이 거만한 말투야말로 진료실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말투입니다. 보통 자기 자신은 정작 자신의 말투가 어떠한지 잘 모릅니다. “수고하셨어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이 말을 똑같이 하더라도, 어떤 표정을 담아, 어떤 말투로 하는가에 따라 듣는 사람의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문장의 내용보다도, 그것을 어떤 투로 말하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결국 전달되는 곳은 ‘가슴’이기 때문입니다. 머리에 전달된 것은 곧 망각되지만 가슴에 전달된 것은, 깊이 그리고 오래 남습니다.

종종 존댓말을 부적절하게 쓰시는 원장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디가 아파요? 여기가 아파요? 여기는? 아, 그래요?” 이건 존댓말입니까, 아니면 반말입니까? “여기가 아파요?”라는 말은 사실 아랫사람에게나 쓰는 말입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여기가 아프세요?”라고 해야겠지요. “아, 그래요?”가 아니라 “아, 그러세요?” 이렇게 말해야 하겠지요. 대개 대학 병원 교수님들이, 진정한 권위가 무엇인줄을 잘 모른 채, 이런 식으로 환자에게 말을 던지는 경우가 있지요.

만약 원장님께서 거래하시는 은행의 지점장을 처음 만났는데, 그 지점장이 원장님께 위와 같은 식으로, “아 그래요, 저래요?”라고 말을 짧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간혹 환자의 말을 들으면서, “응, 응...”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앞에 있는 환자가 쉽게 생각되니 이렇게 짧은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여러 번 재진을 하면서 환자와 친근해졌다면, 그 친근함의 표시로 간혹 말을 짧게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절대 처음부터 말을 짧게 하면 안 됩니다. 어린이 환자를 볼 때에도 꼭 존댓말을 써줘야 합니다.

거만한 말투만큼이나 조심해야 하는 것이 차가운 말투입니다. 말의 온도를 높여야 합니다. 표정에 미소가 담길 때 말의 온도가 따듯해집니다. 평소에도 항상 자신의 말에 따듯함이 배도록,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을 훈련하십시오. 원장님은 평소에 스팸 전화를 받을 때 어떻습니까? 혹시 신경질을 내거나, 차갑게 욕을 하지는 않습니까? 그럴 때라도 따듯한 말을 건네는 연습을 하십시오. 그분들이 오죽이나 살기 힘드시면 그러겠습니까. 짜증내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습을 늘 하신다면, 따듯한 사람으로 변할 것입니다.

환자는 고객입니다. 옛 습관을 버리십시오. 항상 환자를 대할 때는 존경하는 스승님이 소개한 분이라고 상상하십시오. 그러면 공손하고 품격 있게 고객을 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아직은 기회가 있습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의료인들이 워낙에 고압적이고, 거만하게 환자를 대해 왔었습니다. 으레 그러려니 했던 환자들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고 겸손하게 대하면 반응이 확실히 올 겁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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