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칼럼] 相生의 의료전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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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칼럼] 相生의 의료전달체계
  • 승인 2009.03.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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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병원 수련을 마치고, 영천 삼사관학교에서 꽃샘추위에 고된 군의관 훈련을 받았던 추억이 생각난다.
군진의료에서는 일반의와 전문의가 역할분담이 되어 있고, 일선부대-군병원 등으로 이어지는 환자이송체계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장교인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늘 들었던 말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다. 국가가 부여한 권한만큼 솔선수범, 공공정신, 봉사와 헌신의 책임을 다하라는 말이다. 이번에 전문의로서 신규 한의군의관은 각기 한방전문과목별로 배치가 되었다니 앞으로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의료전달체계란 개인이나 가족, 지역사회가 건강 증진, 유지, 회복을 목적으로 의료서비스, 인력, 장비, 시설 등을 효과적으로 배치, 조직화하는 것이다. 핵심은 지역간, 의료의 불균형을 막고자 전문진료와 일반의에 의한 일차의료의 역할분담과 긴밀한 상호 협력이다.
일차의료의 시작은 1920년대 영국에서 1차, 2차 보건의료센터, 교육병원 등으로 구분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환자는 일반의에게 우선 진료를 받아야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2, 3차 병원에 의뢰되어 전문진료를 받는 형태이다. 민간보험 위주의 미국도 주에 따라 전문의에게 진료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반의를 거쳐야 하고, 전문의가 일반진료를 하면 보험진료비가 통제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양방에서 먼저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었다. 1989년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나눠 지역별 진료권설정, 환자의뢰 및 회송체계를 갖춘 의료전달체계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의료적 수요는 감기, 통증, 소화불량 등 가볍고 낫기 쉬운 일반적인 질환으로 동네의원에서 진료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 예방교육 등이 중요하다. 반면 전문진료가 필요한 2, 3차 병원의 이상적인 적정전문의 비율은 약 30% 미만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사의 약 90%가 전문의로 과다배출되면서, 절반 정도가 1차 의료기관에서 일차진료에 경쟁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반면, 종합병원은 일차진료로 충분한 환자가 몰리면서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가 지적되고 있다.

시각을 한의계로 돌려보자. 한의사의 약 10%인 1600여명의 전문의가 배출되는 한의계는 어떤가?
2008년 건강보험심사통계 요양급여비용 25조 4756억원 중에서 지급현황을 보자.
1만 133개소 한의원은 요통>견비통>염좌 등의 질환에 약 3.6% 정도, 146개소 한방병원은 중풍후유증>요통>졸중풍 등 상병명에 0.3%인 급여비가 지급되었다. 한방병원과 한의원의 진료내용과 청구패턴, 상병명 등이 아직은 겹치는 부분이 많고, 전문질환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1년 후 쯤에 개원가에 전문진료과목 표방이 가능해진다면, 전문의-일반의, 한방병원-한의원의 협력적인 역할분담보다는 전문진료과목을 놓고 치열한 경쟁관계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네 한의원은 치료 못지않게 건강증진, 예방, 생활습관 관리, 보건교육 등 일차의료의 역할도 중요하며, 한방병원은 전문의가 중심이 되어 입원환자, 고도의 전문질환, 치료기술개발, 임상연구, 교육 등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

최근 WHO 서태평양지구 전통의학발전 전략에 따르면, 전통의학은 단순히 질병발생부위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성을 고려하여 전인적 접근을 시도하여 질병치료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과 건강유지방안을 돕는 역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방의료전달체계도 한방의 고유한 장점을 살리면서, 민간의료기관의 사적인 경쟁력 강화가 아닌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는 공익적 측면에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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