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4)
상태바
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4)
  • 승인 2009.03.27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성

이재성

contributor@http://


거만한 말투를 조심하십시오①

지난 몇 주간 좋은 첫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얼굴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좋은 첫인상을 만들기 위한 두 번째 요소, 목소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소리가 꼭 성우처럼 좋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말투입니다. 목소리야 타고나는 것이지만, 말투는 그렇지 않습니다. 말투는 학습되는 것입니다. 누구의 말투를 듣고 자랐는지, 누구와 어울리며 살아왔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방진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얘기하면 건방진 말투가 뱁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나 법조인들이 딱딱한 이유는 그 집단의 컬러가 그래왔었기 때문입니다. 집단의 컬러는 방심하고 있는 개인에게 스며들게 마련입니다.

표정, 인상과 마찬가지로 말투 역시 인격을 반영합니다. 환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면 따듯한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자신의 말투에 주의를 기울여 보십시오. 평상시 다른 사람한테 성의 없이 말을 툭툭 던지고, 식당 종업원들에게 말 짧게 하고, 청소부 아주머니나 경비 아저씨한테 뻣뻣하게 말 하는 분들이 있죠. 이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만해진 겁니다. 그런데 이렇던 사람들도, 자기보다 높다고 생각하거나, 부와 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 앞에서는 그 말투가 달라집니다.

이렇듯 말투는 자신의 자세와 태도를 반영한답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인격을 갖출 때에 환자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말투를 갖게 됩니다. 기술인지, 작전인지, 정말 인격인지, 결국 환자들이 다 알아차립니다.
거만한 말투야말로 우리가 진료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말투입니다. 은연중에 자신이 상대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거만한 말투가 나옵니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의료인과 법조인은 거만하고 건방진 말투를 가진 집단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상대하는 대상이 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즉 약자였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의술을 베풀어 준다?” 이제는 이런 개념 없습니다. 우리가 환자에게 베풀긴 뭘 베풉니까. 요즘 환자분들이 뭐 거저 치료해 달라고 하던가요? 병의원이 의료봉사를 하는 기관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우리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으러 오는 고객입니다. 환자는 고객입니다. 고객이라는 말은 장사의 대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귀한 손님이라는 뜻입니다.

가운 입은 것이 뭐 벼슬이라도 되는 줄로 착각하시면 아니됩니다. 본과 학생 때 병원 실습 하면서 일부 교수들에게서 환자에게 고압적이고, 말 짧게 하는, 아주 불량한 매너를 배우는 경우가 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 남자들은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을 하면서 무성의와 거만함을 몸에 익히기도 합니다.
환자를 대할 때는 권위를 가지고 환자를 이끌되, 그러나 결코 권위의식에 사로잡히지 마십시오. 자신이 높은 지위에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마십시오. 이제부터 환자를 대할 때는 항상, 존경하는 스승님께서 소개하신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대해보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