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칼럼] 다른 학문 분야로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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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칼럼] 다른 학문 분야로의 나들이
  • 승인 2009.03.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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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어 본과 3학년을 만나는 3월이 되면 늘 설레는 마음과 함께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본과 2학년까지 기초한의학을 배워온 학생들에게 임상한의학을 만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과 2학년까지 4년 동안 한의학이라는 테두리에서 착실하게 공부를 해 온 학생들에게 임상 현장, 병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의학으로 설명이 되기는 하지만, 이 설명을 우리 학문을 전공하지 않는 다른 사람, 즉 타 학문 분야의 학자, 심지어는 환자에게조차 이해시키지 못하고, 납득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역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일이 벌어진다. 학생들에게 설명하면 모두 이해된다는 그런 내용을 왜 다른 일반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할까? 학생들은 이런 한의학을 이해 못하는 일반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한국통합의학회라는 학술단체에서 학술위원장을 맡으면서 매해 주제를 선정하고 연자를 섭외하는 일을 하면서 한의학이 현실 학문의 세계에서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에 대한 소회를 가지게 된다. 통합의학회는 통합의학이라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매해 한 가지 주제를 정하여 의학, 한의학, 심리학, 영양학, 운동학 등의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모임이다.

2007년에는 대사증후군, 2008년에는 과로를 테마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런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어려운 일 가운데 한 가지가 바로 한의학계의 연자 섭외다. 타 분야에 속한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도리어 쉬운데,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자로 한의계의 연자를 찾아 부탁하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다. 2년 동안 여러 교수들의 협조로 연자를 섭외하여 무리 없이 행사를 치르기는 하였지만,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은 바로 타 학문 분야의 사람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이다.

의학, 심리학, 영양학, 운동학의 연자가 발표할 때, 열심히 집중하고 토론하던 100여명의 청중들이 한의학의 발표가 있은 이후에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분명하게 무엇인가 강연을 들었는데,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한 것 같은데도 감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었고, 흥미는 있지만 집중하기 어렵고, 관심은 있지만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견해를 행사 후 평가모임에서 듣게 된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의 한의학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알려면 다른 분야들의 학술모임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정도를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러 학문 분야가 모여서 토론을 하는 그런 자리에 참석을 해보면 더욱 절실하게 우리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타 학문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되는 한의학자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다면 그 좌표는 더욱 명확할지 모른다.

이미 현대는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시대다. 다른 분야의 학문은 공개를 넘어 통섭과 통합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한의학의 공부에 충실하였다면 나들이 삼아 관심 분야, 타 학문의 학술모임에 참석을 해보자. 그리고 그 모임에서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토론을 해보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학문이 그들과 얼마나 소통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다른 분야의 학자들에게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환자들에게도 소통되고 있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학문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현재 좌표를 알고 미래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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