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발전의 청사진 제시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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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발전의 청사진 제시할 때 됐다
  • 승인 2009.03.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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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학회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금은 미풍이지만 차칫하면 강풍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우려감마저 든다. 얼마 전 열린 대한한의학회 평의원총회는 그런 변화의 리트머스시험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학회장 불신임안이 올라온 것이 대표적인 조짐이다. 비록 압도적인 다수의 반대로 부결됐지만 학회장 불신임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의학계의 풍토에서 불신임안이 상정된 자체만으로도 이전과의 달라진 학회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평의원총회는 잘못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분과학회와 평의원들의 존재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과거에는 소수의 중요학회가 한의학회의 의사를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머지 분과학회는 불이익이 있어도 오랜 관성 탓에 의례히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간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닌 상황이 됐다.
한의학술영역이 비약적으로 넓어지면서 새로운 학회가 한의학회의 정회원으로 유입됐고, 한의학회의 대의원이라 할 수 있는 평의원들의 구성이 달라진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회원의 절대적인 숫자와 함께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의 상대적인 숫자가 학회의 대표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 그만큼 학회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이 증대됐다.

이런 현실이 거북스럽다면 학회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도 있다. 한의학회가 한의사협회의 산하단체라 해서 한의협의 지원금에 의존해서만 운영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분담금을 많이 내는 부자학회에 휘둘릴 필요까지는 없지만 재원마련에 획기적인 대책이 없으면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도 틀린 지적이 아니다. 위로는 한의협에 치이고 아래로는 분과학회에 치이고 일선한의사들의 눈에 비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대한한의학회는 10여년 전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부분적인 독립을 했다. 이제는 예산에서 독립을 모색해야 한다. 재원마련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운영의 독립성이 실현된다. 그렇지 않으면 회비를 많이 내는 단체와 분과학회의 요구를 수용하던가 양단간의 택일을 해야 한다.
학회장 불신임안을 해프닝이나 돌출현상으로 폄하하면 학회는 발전의 모티브를 놓칠 수 있다. 어떤 현상의 이면에는 반드시 변화의 흐름이 있다. 그 변화를 찾아내는 일은 한의학회 집행부의 몫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회발전의 청사진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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