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 이상범의 진경산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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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이상범의 진경산수展
  • 승인 2003.03.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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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고 그윽한 靑田 산수화

동아일보의 삽화가로 있던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대회 우승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버린 담대함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한국의 서정적인 산수와 향토적인 삶을 그렸던 한국 근대산수화의 최고봉 청전이 세상을 떠난 지 30년. 그의 30주기를 기념해 6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기획전 ‘청전 이상범의 진경산수’ 가 열린다.

청전의 1950~60년 대작을 중심으로 50 여점이 선보인다.

1940대에 그린 금강산 12경 연작과 ‘전(前) 적벽부’ ‘후(後)적벽부’ 1950년대 ‘춘경’ ‘하경’.

‘추경’ ‘설경’ 등 4계절 그림과 ‘고성 모추(高城暮秋)’ , 그리고 청전 산수화의 절창이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의 ‘우후귀려(雨後歸旅)’ ‘산가청류(山家淸流)’ ‘고원무림(高原霧林)’ 등. 처음공개되는 작품도 30여점에 이른다.

18세 때인 1914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청전은 1930년대 들어 현실 풍경을 담아내는 사실적 수묵화를 시도했다. 그의 그림은 40년대 들어 변해갔다. 짧은 점선을 툭툭 끊어치는 특유의 필법을 구사하면서 한국 산수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이다.

50년대엔 그 점선과 그윽한 먹의 농담에 힘입어 실경은 그윽한 아름다움을 얻어갔고 더불어 청전의 정신도 깊이를 더해갔다.

그의 수묵 산수화는 60년대에 절정에 올라 무수한 명작을 쏟아냈다.

50년대 이후 청전 산수화는 우리의 산천을 그린 그림이되 어느 구체적인 공간을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실경이지만 실경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념도 아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우리의 산천이다.
미술평론가인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이를 두고 “우리의 기억 어딘가에 있는 미지의 고향” 이라고 한다. 그의 그림이 여전히 살아서 감동을 주는 것은 실경이되 실경 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작에서도 드러나듯 청전의 산수화는 정갈하다.

짧게 끊어치는 붓 끝으로 튀어 오르는 파편 같은 먹물은 대담하지만 그렇게 탄생한 한 폭의 산수는 놀랍게도 조용하고 담백하다.

화면에 깔린 은은한 먹의 농담은 새벽 안개처럼 깊고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전은 기법과 정신 면에서 20세기 한국의 산수화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권 (백록화랑 대표, 백록당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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