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글꼴서 찾은 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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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꼴서 찾은 미의 세계
  • 승인 2003.03.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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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안상수 한·글·상·상전


우리 글꼴서 찾은 미의 세계

날아다니는 ㅎ ,미소짓는 ㅅ, 사람 얼굴이나 불교의 만다라화(우주의 이치를 담은 상징적 그림)를 이루는 ㄱㄴㄷㄹ..ㅏㅑㅓㅕ...

서울 태평로 로댕 갤러리(02-750-7818)에서 21일까지 안상수(50·홍익대 교수)씨 초대전에서는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상수 씨는 한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문자가 관련된 디자인의 모든 분야를 아울러 일컫는 용어)분야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1980년대 초반부터 한글 글꼴 개발에 앞장서 안상수체, 이상체, 미르체, 마노체 등 기존의 사각형 틀에서 벗어나는 서체들을 선보였으며 2000년 세계 그래픽디자인대회(사무총장), 2001년엔 서울 타이포그라피 비엔날레(조직위원장)를 주도했다.

이번 전시는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포스터 40여 점을 비롯해 개성적인 편집디자인이 돋보이는 간행물 ‘보고서/보고서’, 글자로 그림을 그린 문자도, 柱聯(기둥에 붙이는 시나 그림) 안씨의 서울 상수동 자택 대문(광덕 스님의 시구로 디자인한 ‘작품’)도 떼어와 전시 중이다.

전시에선 자유로움과 파격의 미가 우선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이름 앞글자 ㅇㅅㅅ로 디자인한 얼굴모양이 있는가 하면 ㅎ이 꼬리를 끌며 날아다니다 옆으로 누워 알파벳 소문자 a로 변한다. ㅅ은 떼지어 화살표를 이루거나 요즘 통신에서 유행하는 ∧∧모양의 얼굴표정을 이루기도 한다.

안상수의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모든 활동 중에 발휘되는 그의 예술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한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하며 실험해보는 그의 열정은 다분히 예술가적이다. 한글에 대한 거침없는 상상에서 비롯된 자유로운 발상들이 적용된 그의 포스터들은 전달되는 정보와 시각 이미지가 통상적인 포스터의 설명적인 대응을 벗어나며, 창의적 해석과 표현으로 매우 실험적이고 개성적이다. 이는 디자이너로서 그의 감성이 이 순수예술과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 교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위 ‘작가주의적’ 성향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현대 디자인이 당대 미술과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진보적 발전의 자양분을 얻어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역으로, 고갈되지 않는 예술적 상상력을 스스로 발휘하는 안상수는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지속적인 생산성 또는 생식능력을 기대하게 한다. 안상수 씨는 “내 작업은 한글의 조형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설명하고 “요즘은 글자를 의미로부터 해방시켜 하나의 형태로서 읽게 하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체 개발과 디자인의 차원을 넘어 한글에 대한 안상수의 폭넓은 디자인 의식과 다양한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한글 전용에 대한 반론과 영어의 일상화 등 세계화의 기치 속에서 끊임없이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한글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김영권(백록화랑 대표,백록당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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