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칼럼] 관주위보(貫珠爲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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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칼럼] 관주위보(貫珠爲寶)
  • 승인 2009.02.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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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거리의 상점에서는 갖가지 모양으로 예쁘게 치장된 각종 초콜릿들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언제부터인지 매년 2월 14일인 밸런타인데이(St. Valentine’s Day)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는 일본풍 속설이 퍼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초콜릿을 주고받는 게 당연한 연례행사로 인식된 탓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날의 유래까지 따져가면서 제과업체의 상술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비판을 가하지만, 불과 한 달 뒤에는 화이트데이(White Day)라는 명목으로 초콜릿 대신 사탕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본디 기업의 광고 판촉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여 인위적 욕구를 만들어냄으로써 대중이 그 욕구를 맹목적으로 추구하게끔 하지 않던가?

기원이 불분명하고 풍습은 더욱 애매한 외래의 축일(祝日)을 전후하여 초콜릿 꾸러미들이 오가느라 나라 전체가 난리법석인 현상! 이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시비비는 차치하고, 우선은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한의계의 활로 모색에 응용해야 할 듯싶다.
첫째, 역사적 근거가 확실치 않은 이야기만으로도 만인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기념일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둘째, 매개체인 초콜릿을 건네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기꺼이 연다는 사실!
이 두 가지 사실만을 취하여 우리도 그런 날을 제정하고 선물 품목을 창출해서 널리 알리자는 것이다.

기념일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양방에서 고혈압·신부전·당뇨병 등과 같은 각종 질병명을 내걸고 적극 홍보하는 것과 비슷하게, 몇 해 전부터는 우리도 감기 등을 한방으로 치료하자는 슬로건을 힘껏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선대의 유명 한의사들을 어떤 형식 - 가령 ‘이달의 인물’ 등처럼 - 으로든 인구에 회자되도록 하는 것이다. 허준·이제마 선생님이야 새삼 소개할 필요 없겠지만, 허임·조헌영·김영훈 선생님 등도 국민들 뇌리에 새겨지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선물은 더더욱 쉽다. 사실 초콜릿이야 모두들 좋아하는 달콤함의 대명사이지만, 받는 사람의 건강까지 고려한다면 그리 좋은 선물이 못된다. 카페인은 물론이거니와 당분이 듬뿍 함유된 과자일진대, 어찌 건강에 이롭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1의 초콜릿 전문회사 ‘허쉬(Hershey)’는 100년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며 지금도 성업 중이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허쉬스키세스’ - 원뿔 모양의 밀크초콜릿을 낱개 단위로 은박 포장한 것도 모자라 회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깃발’까지 집어넣은 - 한두 개쯤은 먹어봤으리라!

이번 달의 초콜릿, 다음 달의 사탕, 그리고 11월 달의 ‘빼빼로’ 모두 선물에 적합한 품목은 절대 아니다. 비교한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가령 ‘옴니허브’에서 출시되는 ‘자소엽 차’ 등을 주고받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요즘처럼 스트레스 쌓이는 세상에 ‘치기지신약(治氣之神藥)’이라 불리는 자줏빛 소엽 차를 여유롭게 음미하는 게 건강에 무익할 수 있겠는가? 매실즙 등도 괜찮다. 되도록 땀을 뻘뻘 흘리는 염천지절(炎天之節)에 더욱 어울리겠지만, 아무튼 피곤해서 몸이 축 늘어질 때엔 상큼한 오매(烏梅) 한 모금이 최고 아니겠는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말 속담을 한자성어로 ‘관주위보(貫珠爲寶)’라 한다. 역사를 억지로 날조할 필요도 없고, 선물로 정할 품목 또한 떳떳하다. 넘칠 만큼 풍부한 우리의 자원들을 이제는 적극 엮어내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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