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서 듣는 러 3대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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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서 듣는 러 3대 협주곡
  • 승인 2003.03.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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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회 서울시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낭만음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고전주의 음악에 비해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관이다. 사실상 그 선입관은 거의 맞을 때가 많다.

최소한 서유럽 쪽 음악의 경우는 거의 그렇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낭만주의 음악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동유럽이나 러시아 쪽의 음악은 말이 낭만이지 그 무겁고 장중함은 종교음악을 연상하게도 한다. 그런데도 왜 낭만음악이라 굳이 부르는가에 대해 의문이 갈 수도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고전주의 음악이 인간의 감성적인 면보다 음악적인 규율과 규칙성 그리고 일정한 양식을 갖추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낭만음악은 음악적 양식이나 규칙성을 일부 허물어뜨리고 인간의 내면 속에 있는 희노애락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조에 따라 쓰여진 곡들은 다 낭만음악인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적인 낭만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일단 들어봐야 느낄 수 있다. 장중한 스케일과 침울한 듯한 느낌을 주는 러시아 낭만음악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대표적인 작곡가를 셋만 꼽으라면 차이코프스키(P.Tchaikovsky), 라흐마니노프(S.Rachmaninov), 프로
코피에프(S.Pro kofiev)이다.

2000년 5월 서울시교향악단이 영입한 러시아 출신 상임지휘자 마르크 에름레르(Mark Ermler·사진)는 최근에 러시아 음악을 거의 주된 레퍼토리로 선정하고 있는데, 12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제617회 정기 연주회에서는 위에 열거한 러시아 작곡가들의 피아노 협주곡들이 연주된다.

이번 연주회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엽기적인 음악회인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 같은 무대에서 연주된다는 것이다.

이 세 곡은 기교적으로나 표현으로나 너무나 까다롭고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피아니스트들이 일생에 한번씩 연주해 볼까말까한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도 백미에 해당되는 곡들인데, 한 음악회에서 동시에 연주되는 모험이나 다름없는 연주회인 것이다.

그런데 이 음악회가 가능한 것은 피아노 협연을 하는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가 있기 때문이다. 1975년 구소련 이르쿠츠크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98년 세계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쿨인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쿨에서 1위로 입상함으로써 화려하게 등장했다.

194cm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터치와 현란한 기교는 21세기를 대표할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러시아에서는 그를 위해 거문고자리의 별 하나에 데니스 마추예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그래서 그는 진짜 ‘스타’이다.

김인범(과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객원지휘자, 김인범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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