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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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 승인 2003.03.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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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요리로 배운다

고광석 著 / 매일경제신문사 刊

중화요리를 먹으면서 그 이름이 궁금했던 적이 많다.

그리고 그 이름이 요리의 재료와 상관하기도 하고, 사람의 이름과 상관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신문기사나 잡지를 통해 단편적으로 접하고 궁금증의 목마름을 조금 축인 적은 있다.

하지만 아직도 중화요리의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그 요리의 정체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서양인이 한국요리 이름을 들으면 더 심한 소외감을 느낄지도 모를 것이다.

요리는 그 사회가 살아온 환경과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이며 역사가 아닐까 싶다. 사실 필자의 중화요리에 대한 이런 무지는 중국문화에 대해 그래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알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오히려 게으름으로 바뀐 탓임을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

마파두부(麻婆豆腐)만 해도 매운 두반장으로 만들었으니 마(麻)자가 당연히 맵다는 의미라고 넘겨짚고 넘어간 속 편한 생각 때문이다.

실제 마파두부는 마마로 얽은 얼굴을 한 할머니 두 사람이 만드는 두부요리란다. 음식 솜씨 좋은 여인네가 남편을 잃고 시누이랑 둘이 시작한 이름 없는 두부요리가 인기를 누렸단다.

그리고 막상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손님들이 할머니를 그리며 지은 이름이란다.

중화요리 중에 원숭이 머리 요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미국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실제로 원숭이 머리를 디저트로 먹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원숭이 머리요리란 것이 버섯 요리란다. 또 만두, 교 자, 포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고위 정치인이 장제스 총통과의 만찬에서 새우를 까먹고 손가락을 씻는 찻물을 마셔버려 장총통도 같이 그 물을 마셨다는 일화, 그리고 천자의 여자들 이 좋아했던 요리들까지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이 요리를 소개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마도 반 이상은 중국의 지역, 역사, 고사성어 등이 요리와 함께 마구 섞여있다. 그야말로 중국 문화에 대한 소개서이다.

아니 중화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서라는 의미가 더 맞을 듯 싶다. 책 말미에는 중화요리에 자주 나오는 한자를 정리해 놓았다.

차림표만 보고도 이 요리가 무슨 재료로 어떤 세기의 불에서 튀겼는지 삶았는지, 그리고 어떤 소스를 사용 했는지, 어느 지역의 요리인지도 가늠할 수 있는 암호를 풀어놓았다.

일전에 소설가 황석영 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어떤 모임이 있으면 수 일전부터 그 모임의 성격에 맞춰 이야 기할 유머까지 꼼꼼히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소설가의 투철한 직업의식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분위기에 어울리는 즐거운 이야기 거리야말로 좋은 반찬이요 안주가 아닐까 싶다. 없어지지도 상하지도 않는 든든한 이야기 요리를 한번 준비해 보심은 어떨까 싶다.

박 근 도(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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