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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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6)
  • 승인 2009.01.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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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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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두이(馬王堆)의 한약
호남성의 성도인 창사(長沙)는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이 곳 후난(湖南)성 박물관에는 마왕두이(馬王堆, 마왕퇴) 한(漢)묘의 놀라운 보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마왕두이 한묘의 주인공은 예전 이 지역 장사국의 승상인 이창(利倉)의 부인이었던 신추(辛追)라는 고대로부터의 방문자이다.

기원전 1세기 서한 초기에 존재했던 나라인 장사국의 대후(軑候) 가족들을 위한 3개의 묘지중 하나인 1호 묘 속의 주인공인 여인은 시간의 기계를 타고 그녀가 살던 시대를 증언하기 위해 역사의 실타래를 안고 나타났다. 2천년의 여인은 신발을 신고 있었지만 속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여인의 외형은 완전했고 기나긴 시간동안 숙면을 취했던 얼굴색은 살아 있는 듯 했다. 두려움 없이 쭉 뻗은 두 손은 소중한 듯 작은 향주머니를 쥐고 있었는데 안에는 황금도 보석도 아닌 한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녀를 초대한 것은 전쟁이었다. 1968년 소련이 체코를 침략하자 중국은 소련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전쟁준비로 방공호를 깊이 팠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마왕퇴 한묘가 발견된 것이다.
그녀의 손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 소중히 간직되어온 한약에 관심을 가져본다. 필자는 마치 여인이 그 약재들을 전하기 위하여 고대에서 온 사자와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숨죽이며 조심스럽게 사진촬영을 한다. 2,100년 동안 지하에서 잠들었던 1호 한묘에서 출토된 한약은 9종이 발견되었다. 약물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교수는 한약이 들어 있었던 장소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호 한묘에서 출토된 한약은 두 개의 질화로에 약물을 놓았고 사자의 손에 쥐어진 주머니에도 약물이 놓여 있다. 이들은 박물관에 전시된 순서대로 모향, 난초, 신이, 고량강, 계피, 산초, 고본, 두형, 생강의 9종 한약들이다. 이를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수놓은 베개주머니 안의 한쪽은 모향을 넣고 다른 쪽에는 산초를 넣었다. 두 개의 화로 중 한쪽은 모향, 고량강, 남방고본, 신이를 두었고, 다른 쪽에는 탄화된 모향이 들어 있다. 여섯 개 약주머니 중 한 주머니는 전부 산초가 들어 있고, 다섯 개 주머니에는 산초, 모향, 계피, 고량강, 생강이 균등하게 있다. 사자의 손이 감싸고 있던 비단주머니에는 산초, 모향, 계피, 고량강이 보였다.”

2003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마왕퇴와 관련한 책자를 파는 곳이 없어 자세한 자료를 얻기가 힘들었는데 2007년 다시 찾아갔을 때는 박물관 1층의 넓은 매장에 서점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책자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 한약들은 유리병이나 유리접시에 담겨져 다시 긴 잠에 들었다. 그녀의 가치와 그녀를 둘러싼 유물과 약재들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은 사람들이 친절하게도 영문과 함께 작성한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이제는 장가계 관광 중에 많은 한국인들이 마왕두이 한묘를 찾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마왕두이 한약과 그녀의 나신을 찾지만 그 역사적 의미를 소홀히 하고 그냥 줄지어 밀리며 일별을 던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격주연재>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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