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생명체의 대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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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생명체의 대표가 아니다
  • 승인 2003.03.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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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폴하우스


인류는 생명체의 대표가 아니다

현대 진화생물학의 두 거장이 있다면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와 미국의 스티브 제이 굴드를 들 수 있다. 도킨스는 ‘이기적인 유전자’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반면 굴드는 오히려 최근에 조명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금년 5월에 지병인 복막중피종이라는 희귀한 암으로 사망하였다. 희귀암의 사형선고를 받은 이 세기적인 천재는 고생물학자로 36억년이라는 거시적인 시각을 통해 생명의 역사에 대한 고찰을 사망에 이를 때까지 활발하게 진행했다. 지금까지 지구역사에서 나타났던 수많은 종들의 생명의 역사와 이들의 변천사를 이해한다는 건 어쩌면 따분하고 지루하며 복잡할 것인데 다행히도 굴드는 비교적 쉬운 대중과학적인 저서를 많이 남겼고, 그 대표적인 저서중의 하나가 ‘풀하우스’이며 다행히 깔끔하게 번역되었다.

지금까지 인간의 진화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다세포동물 군체생물 등을 거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을 정점으로 발전해가는 것으로 흔히 생각했으며 그러한 진보의 최고의 산물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인 탄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믿음에 굴드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인류는 스스로를 몹시 사랑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생명 전체를 대표하는 생물도, 가장 상징하는 생물도 아니다. 인간은 동물 종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곤충류의 대표도 아니고, 어떤 특수하거나 전형적인 생명체의 본보기도 아니다.’ ‘생명전체를 하나로 보는 시각을 가지면 인간을 진화의 정점에 둘 수 없게 된다. 생명은 그 시초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박테리라가 우위를 차지해왔다.’

지구생명의 역사, 36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서 생명의 역사를 고찰하는 굴드의 의견에 의하면 인간의 탄생은 필연이 아닌 우연적인 사건이며, 우리가 흔히 암묵중에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산물로 나타나는 고도화된 인간의 의식 역시 자연이 준 ‘행운’의 선물이다.

지구상의 생명들을, 그 생명간의 연속성과 그 종들의 분화를 바탕으로 거대한 나무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현대의 유전자 분류법에 의존하면, 크게 세 종류의 가지로 분화될 수 있고 이 가지중의 하나가 원핵 생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인간은 이 가지의 수많은 가지나누기의 결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생명의 뿌리에서 나와 세 번째 줄기의 16번째 가지의 7번째 가지의 11번째 가지의 7번째 줄기에서 다시 3번째로 갈리지고... 이렇게 탄생한 인간 종은, 인간이 속한 가지의 한참 밑에서 5번이나 통째로 짤리고 다시 새로 나기를 반복한 이후에야 나타난 가지이다.

‘인류는 운좋게 당첨된 것뿐이지 생명의 방향성이나 진화 메커니즘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여기며 지구의 지배자로 나타난 인간이 가져 온 지구파괴와 혼란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인 지식인’으로 남고 싶어했던 그는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우리는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관습적 개념을 포기하고 생명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그 개체들 중의 하나일뿐이기 때문이다.’

권태식(서울 구로한의원)

스티브 제이 굴드 著
이명희 譯
사이언스 북스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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