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의 변화를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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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의 변화를 체험한다
  • 승인 2003.03.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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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우주심과 정신물리학

세계관의 변화를 체험한다

우리 대표팀이 48년만에 월드컵 본선 첫 승도 모자라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히딩크에 대한 평가도 불과 몇 달만에 180도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감독들은 한국처럼 기술과 힘이 떨어지는 팀은 전술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판단했었지만, 히딩크는 힘과 기술은 충분하다며 체력강화에 온 힘을 기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기를 보노라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바탕 한 미드필드에서부터의 강한 압박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아무튼 “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였거늘, 지금까지의 결과로 따지면 그간의 우리 감독들은 우리 자신을 잘 몰랐던 셈이 됩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의 권유로 지면을 빌어 책 소개를 하다보니 이전보다 신간서적을 접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왕이면 同道諸賢들께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알려드리겠다는 욕심으로 새 책들을 뒤적이곤 하였는데, 저자와 제목만으로 마음에 탁 와 닿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차크 벤토프(Itzhak Bentov)의 ‘우주의식의 창조놀이’였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컸던 탓인지 도통 양에 차지 않았습니다. 1979년 벤토프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뒤 아내인 미르탈라가 유고를 정리하여 묶은 것이기에 이 책 또한 벤의 글임에 확실하지만, 그의 역저 ‘우주심과 정신물리학(Stalking the Wild Pendulum)’처럼 치밀하지 못할뿐더러 많은 부분이 중복되었기 때문입니다. 단 이를 빌미로 삼아 벌써 15년 전에 나왔던 책을 다시금 음미할 수 있었는데, 재차 읽어봐도 그 내용이 너무 좋았던 까닭에 급기야 ‘닭 대신 꿩’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거창하게 도서비평까지는 아닐지라도 책에 대한 소개를 할 때에는 책을 모두 읽고서 그 내용의 대강을 정리한 뒤 핵심적인 사항들로 구성된 요약문으로 독자들의 구매욕을 강력하게 자극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포기하고 대신 역자의 서문만을 몇 가지 발췌합니다. 공동역자 중의 한 분인 류시화 님이 제가 하고픈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써놓았을 뿐만 아니라, 본문의 모든 부분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그것도 너무나 정교하게 짜 맞추어져 있어서 대강을 정리하기란 여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류시화 님은 이 책이 과학적으로 설명한 정신현상,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해서 물질계와 정신계 양 차원을 포함하는 통합정신물리학에 대한 글이라 정의하였습니다. 그는 이 책이 공통분모란 없는 듯이 보여왔던 서양의 과학과 동양의 지혜가 만날 때 이루어져야 하는 완성과 종합에 큰 도움이 되며,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세계관의 변화 내지는 자기 존재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체험하게 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동양의 직관이나 통찰력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실제로는 과학적이지 않은 게 아니라 과학이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마구 천대를 받아왔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우리 같은 한의사보다는 소위 과학의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겠지만)이 無知에서, 또 선입관과 편견에서 눈을 뜨게 될 것이라 역설하였습니다.

“한의학처럼 멋진 학문을 공부하는 우리들은 참으로 행운아”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선생님께서는 “과학이 곧 철학이고 철학이 곧 과학”인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하십니다. 우리들 자신을 아직껏 잘 몰라 확신이 부족한(2% 정도?) 학생들에게는 무조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이자크 벤토프 著
정신세계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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