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한약’ 대중과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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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약’ 대중과 멀어져 간다
  • 승인 2008.12.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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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한약제제 생산 위한 제도개선이 해결책
처방구성 변경, 신 처방 제제화 가능토록 해야


환자들에게 투약할 한약이 사라지고 있다. 질병과의 전쟁에서 한의사가 휘둘러야할 중요한 병기가 사슬에 묶이고 있는 것이다.

■ 현실과 괴리된 규정이 한의약을 위축

탕제는 우리나라 한의학을 상징하지만 휴대하고, 복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요즘 탕약은 팩에 담겨 있어 휴대하기 그리 어렵지 않고, “꼭 데워서 복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만 벗어나면 그리 불편할 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탕제가 가지는 뛰어난 효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약이 위축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위해물질 논란에 의해 소비자들의 불안이다. 하지만 이 위해물질 논란은 과도한 품질기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남의 나라 기준을 과도하게 부풀려 차용해 쓰고, 한약재 관리시스템이 변화된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금속으로 우리나라의 기준은 중국의 것을 그대로 도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납·카드뮴 등의 기준은 우리와 동일하지만 중국은 감초·금은화 등 6개 품목에 한정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식물성 한약재 417종을 모두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 기준은 한·중보다 약하며 품목도 갈근·감초 등 21종에 한정돼 있다.
잔류농약과 이산화황에 곰팡이독소 기준까지 도입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고로 강력한 한약재 안전성 기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드는 공산품이 아닌 이상 현실성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는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선전적’ 의미”나 “한약을 ‘위해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산화황은 “다량 섭취할 경우 인후염·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천식환자는 소량만 섭취해도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유로 30ppm 이하로 규정됐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곶감을 비롯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 중 상당수는 극히 유해한 물질에 해당된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연탄불을 피워 놓고 돼지고기를 구어 파는 곳은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 탕제, 일부 계층 혜택으로 전락 가능성 높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한약재는 품목이 한정돼 있고, 가격경쟁에서 밀려 대부분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의 환율 폭등이 아니더라도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한약재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여서 한약재 가격은 필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한약(첩약) 가격은 다른 물가 상승에 비해 거의 제자리였다. 이것이 더 이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한의원에서 조제해 투약하는 한약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약은 다른 의학적 수단으로 치료 방법이 없거나, 한약으로 질병을 치료해 본 경험이 있으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한의학이 가진 우수성인 환자의 변증과 체질에 따른 ‘맞춤식 처방’에 따른 한약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지만 이제 이를 보안할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 원외탕전, 한약 안전성 확보에는 한계

한약재 안전성 시비, 약재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한약제제’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최근 들어 일본과 중국에서 우수한 양질의 한약제제가 수입돼 들어오고 있으나 극히 일부품목에 지나지 않아 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국내에서 출시된 한약제제는 거의 ‘약국용’으로 한의사의 욕구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체간에 ‘동일한 처방’을 놓고 경쟁을 하려다 보니 가격이 우선시되고, 자연히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 한약제제의 실태다.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비용을 받고 한약제제를 투약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원외·공동탕전이 법제화됨으로 한약재의 안전성을 높이고, 제형변경을 통한 편리성 및 약재 절감의 효과는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초재 한약재의 안전성 시비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공동 조제된 한약의 책임소재를 고려할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제약회사에서 의약품으로 출시된 한약제제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제약회사의 한약제제는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 이외에도 한의계 임상 현실과 차이가 있는 동의보감 등 10개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 그대로만 만들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자에게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약을 투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아무리 우수한 처방을 가지고 있고, 동료들이 인정해 줘도 의약품으로 제제화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기성한약서 처방의 약재 구성 비율을 조절할 수 있고, 한의사가 개발한 처방을 기존 양약식 의약품 체계와는 달리 다른 방식으로 제약화해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는 중론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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