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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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
  • 승인 2008.12.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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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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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두효과

제가 한의원을 처음 오픈하려고 준비할 때의 얘기입니다. 강남에서 성업 중이던 선배 한의원을 한 번 둘러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아는 선배님은 아니었기에 친구가 전화를 한 통 넣어줬고, 그 덕에 찾아뵙게 되었죠. 찾아가 보니 정말 파리가 앉았다가 미끄러져 죽을 수도 있는, 으리번쩍한 한의원이었습니다.

대기실에 앉아서 원장님을 기다리니 한참 뒤에 원장님이 나오시더군요. 머리 숙여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드렸죠. 그랬더니 그 원장님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응, 사진은 찍지 마” 이 첫 마디를 던졌습니다. 저는 잠시 말을 잊었습니다. 첫 인사가 “사진은 찍지 마” 라니. 그리고는 저를 직원에게 인계하고 들어가 버리시더군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원장님은 참 매력적이고 인품도 훌륭한 분이랍니다. 그러나 그날따라 그 분은 제게 아주 안 좋은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이후로 다른 자리에서 그 분 이야기가 나오거나, 매체를 통해서 그 분의 이름을 접하면 그 당시의 아주 씁쓸한 생각만 떠오르고, 그 분이 하는 일마다 고깝게 보이더군요. 제 마음 속에 “이 사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는 거지요. 제가 아무래도 밴댕이 소갈딱지를 가지고 있나봅니다.
자, 이런 것을 바로 초두효과(primary effect)라고 합니다. 처음 본 것, 처음 들은 것, 처음 느낀 것, 처음 알게 된 지식이 강렬하게 남아서 지워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초진 시간은 환자와 처음 만나는 시간입니다. 이때 환자는 원장님에 대해 첫인상을 갖습니다. 첫인상은 아주 짧게는 3초, 그 다음 30초, 그 다음 3분 만에 완성됩니다. 이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한의원의 흥망성쇠는 첫 만남에 달려 있습니다. 이 말을 꼭 기억하십시오.
그런데 꼭 진료실에서 원장의 얼굴을 처음 보는 건 아니죠. 화장실에 가다가, 잠깐 볼 일 보러 나가다가,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들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이 때 원장님은 어떻게 하십니까? 이거 굉장히 중요한 순간입니다. 혹시 아직 얼굴도 트지 않은 초진환자가 있어서, 괜히 어색하니까 땅바닥 쳐다보면서 입 꾹 다물고 지나가지는 않습니까? 아닙니다. 밝게 웃으시며 인사하셔야 합니다. 환자들은 원장님에 대한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원장님은 환자들을 쳐다보지 않아도 환자들은 원장님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사실은 바로 이때 원장님의 첫인상이 만들어집니다. 이때 어떤 초두효과는 만들어내고 계십니까?

이제부터는 대기실을 지나실 때, “아, OOO님이시지요? 찾아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정말 좋은 인연입니다. 이따가 성심껏 잘 봐드리겠습니다.” 살인미소 날리면서 이렇게 한 마디 띄우면 어떻겠습니까? 환자 가슴 속에 긍정적인 기대감과 희망의 스파크가 일어날 것입니다.
홈페이지의 원장님 사진, 환자가 건 첫 전화도 한의원의 첫인상입니다. 원장님을 처음 만난 뒤 환자의 가슴 속에 “아, 이 사람 또 한 번 만나고 싶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십시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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