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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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15)
  • 승인 2008.12.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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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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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肺勝格(2) ■

지난 시간에 이어 肺勝格의 효능에 대해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肺勝格은 肺熱補의 구성과 동일하게 補火瀉水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形寒·寒飮으로 肺가 상한 것을 다스리기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陰盛內寒의 병기를 개선시키고자 할 때도 운용됩니다.

『素問·調經論』에서는 陰分에 邪氣가 성하여 內寒하게 되는[陰盛生內寒] 병기에 대해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 不寫則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 其脈盛大以濇, 故中寒”이라 하였습니다.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란 陰分의 邪氣가 寒邪로 작용하여 흉중에 응체되었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肺氣의 선통과 숙강 기능을 비롯한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받게 됩니다.
“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은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을 받아 혈맥내에서 營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내부가 한랭해지며 제반 대사 기능은 침체되고 말초로의 순환장애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발된 제반 순환장애, 대사장애,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 등을 다스리기 위해 肺勝格이 운용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傷寒明理論』에서 “表寒也·裏寒也, 協水飮則必動肺, 以形寒·寒飮則傷肺故也”라 한 내용과도 연계지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암침법을 운용하시는 분들은 寒邪에 의해 초래된 痛痺의 치법으로 大腸勝格이 제시된 것을 아실 겁니다. 보통 동결건과 같은 한성견비통의 치법으로 많이 운용되고 있고 芝山의 의안에도 관련 기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大腸勝格 역시 肺勝格과 마찬가지로 補火瀉水하도록 熱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寒邪에 의해 초래된 병변이나 제반 陰證을 다스린다는 측면에서는 肺勝格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大腸勝格을 구성하고 있는 혈들은 모두 陽經의 혈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는 陰分에서 유래한 병변이나, 초기에는 邪氣가 겉에 머물러 병위가 陽分에 있었던 병증이 陰分으로 진행이 되어간 상황을 다스리기에는 그 작용이 충분히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大腸經과 표리 관계를 이루는 肺經을 다스리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데 이에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肺勝格은 形寒·寒飮의 상황에서 초래된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에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으며 특히 陰分에서 유래한 痛痺를 다스리는데 적절한 치법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상초의 흉곽 이상에서 발생한 견비통, 항강, 배통, 흉협통 등에 운용할 기회가 많으며 흔히 환자들이 담 결린다고 호소하는 통증성 병변에 좋은 효능을 보입니다. 이런 경우 순경 취혈의 방식으로 다른 경맥을 취하더라도 肺勝格의 ‘陰谷, 尺澤 사’만을 취하여 병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병증의 판단과 선혈을 위해 복진을 이용하는 편인데 肺勝格을 운용해야 할 경우는 일반적으로 우측에 복압이 증대되고 天樞를 중심으로 압통이나 경결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難經』에서 肺의 內證으로 “臍右有動氣, 按之牢若痛”이라 한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左肝右肺설과 연계를 지어서도 사암침법에서는 우협통에 肺經을 운용하라 하였으며 肺勝格의 적응증이 기본적으로 氣와 水飮의 병증이므로 우측에 그 이상이 반영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水飮의 정류에 의해 병증이 완고할수록 징후가 하복부로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만 기본적으로 氣分의 병증이므로 경결이나 구급이 나타나더라도 미만성의 양상을 보입니다.
배꼽 주위의 피하층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잡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乾薑증의 복증인 ‘結滯水毒’과도 유사하다고 봅니다. 복진에 능하신 분들께서는 한번 관심을 가지시고 임상적 검증을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한편 水飮에 의해 유발되는 병증이 다양한 만큼 肺勝格은 변용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치법이 痰眩方입니다.

痰眩方: 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

“痰盛嘔吐, 頭重不擧”한 痰暈의 치법으로 제시된 것인데 肺正格의 보사를 그대로 뒤집어 놓은 肺勝格(Ⅱ)형입니다. 이 경우 ‘少府, 魚際 보’는 흉격이나 심하의 痰飮으로 울결된 혈기를 퍼뜨려 淸陽을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太白, 太淵 사’는 ‘生痰之源’인 脾와 ‘貯痰之器’인 肺간의 연계 고리를 약화시킴으로서 痰飮이 형성되는 기전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치방은 痰飮에 의해 야기된 어지럼과 그 동반 증상들에 광범위하게 운용됩니다.

편두통이나 그 전조증으로 구역감이 들고 머리가 무거워 들지 못하는 경우, 약물 복용 이후 발생한 어지럼, 전정신경염, 양성돌발성 체위성 어지럼, 메니에르병, 소뇌의 이상에 의한 균형감각 장애, 사고나 타박시 뇌의 손상(뇌진탕)으로 인한 후유증 등이 痰暈과 관련되는 대표적인 병증들이죠.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半夏白朮天麻湯을 운용해야 하는 두통이나 어지럼에 일차적으로 운용을 고려할 수 있는 치방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한편 간질[癲癎]도 痰暈의 범주로 보기도 합니다.
『醫學綱目』에서는 癲癎은 頭眩을 주증으로 한다고 하고 “痰在膈間則眩微不仆; 痰溢膈上, 則眩甚仆倒於地而不知人, 名之曰癲癎”이라 하였습니다.
痰眩方을 운용한 芝山의 치험례는 癲癎을 앓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입니다.
『사암침구정전』의 저자인 정호영 씨는 痰眩方이 癲狂과 현훈의 치료법으로 상당히 치료율이 높다고 하였고 보통 3회 이내에 뚜렷한 반응이 오고 10~15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철저한 사암침의 보사론에 따라 치료를 시행할 경우 임상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간대성 경련을 동반하는 전신 발작의 치료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요즘에야 간질 발작을 호소하여 한의원을 내원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간질을 목표로 운용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부분 발작이나 간질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이에 근거하여 痰眩方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일산화탄소나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 산소부족, 정신적 충격 등에 의해 유발된 갑작스러운 의식상실을 客忤, 鬼擊, 飛戶라 하였는데 少府, 魚際를 보하는 痰眩方이 이런 경우에도 운용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격주연재>

김관우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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