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건강이란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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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건강이란무엇인가
  • 승인 2003.03.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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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별 건강개념을 정리

환자분들을 진료하다가 간혹 “도대체 내가 이 분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望聞問切의 四診을 나름껏 철저히 이행하여 최대로 近似한 體質과 病證을 파악한 뒤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경제적인 부담을 위시하여 환자분이 처한 환경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는 환자에게 항상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더라구요.

물론 제 자신의 과욕이지만……. 아무튼 그때마다 ‘건강이란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최적의 안녕(安寧)상태로서 질환이나 허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만은 아니다’라는, 의학대사전에 실린 건강에 대한 정의를 되새김질하곤 하였습니다. 광주여대 김정희 교수님이 엮은 ‘도대체 건강이란 무엇인가’란 책은 이런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엮은 이가 서두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각자 다른 길 - 불교·유교·기독교·심리학·정치학·여성학·서양의학·한의학·민족생활의학·공중보건학 - 을 통해 건강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은 것입니다. 물론 김교수님이 편의상 분류하여 포함시킨 여러 갈래의 학문들이 건강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 그리고 건강이나 질병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면 이들 학문 각각의 비중은 동등한 것이냐, 아울러 각 분야에서 건강을 나름대로 정의한 원고를 건네 한 권의 책이 탄생될 수 있도록 애쓴 분들이 각 분야를 명실공히 대표할 수 있느냐 등등 이 책에 대한 논란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분야를 상당 기간 공부한 분들이 자신의 체득에 바탕하여 건강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놓은 글들을 읽어내려가는 즐거움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의 불씨를 제공할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한의학만으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좋지만, 여러 분야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며 때에 따라서는 아이디어를 취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인정해주며 포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 또한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본질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을테니까요.

나와 체질이 다른 상대방이 있음을 흔쾌히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내가 갖추지 못한 장점을 발견하려 노력할 때, 나는 더욱 성숙해지고 음양의 편차가 좁혀진 보다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나지 않겠습니까? 건강과 질병의 최일선에 종사하는 의료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봄직한 책임에 분명합니다.

안세영(경희대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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