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열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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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1,2
  • 승인 2003.03.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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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처럼 보는 畵人의 일생

올 초여름 즈음에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화인열전 출판 기념 전시회가 있었다. 이 전시회에는 여지껏 소개되지 않았던, 화인열전을 통해 세상에 나온 개인 소장가들의 작품이 한 곳에 모인 자리였다. 게다가 상세한 소개서를 읽고 접한 그 전시회는 한국 고서화의 감동이 새롭게 살아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냉철히 말해서 우리는 그 동안 선현들에 대해 너무도 무심해왔다. 퇴계, 율곡 같은 대학자들에 대해서도 그렇듯이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같은 위대한 화가들의 일생에 관해 알고있는 지식이 불과 서너 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반 고흐나 피카소 같은 서양화가보다 모른 채 살고 있다.”

저자의 저술동기를 얘기하는 대목인데 공감하는 바가 크다.

저자 유홍준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와 ‘나의 북한 문화 유산 답사기’ 등을 써서 문화유산을 보는 눈을 크게 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그가 이제 화가들의 일생을 전기로 엮어 ‘화인열전’을 펴내 선인들의 작품세계와 인생과 교우관계, 사회상 등을 이야기해주고 긴 시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작품을 더한층 가깝게 한다. 더구나 이 책에서는 畵人이란 호칭을 사용했는데, 文人, 詩人과 같이 화가의 격을 높여 부르기 위한 저자의 마음씀이 엿보인다.

우선 이 책에는 수많은 그림이 실려 있다. 화인들의 전기이니 당연한 일이나 우
리가 익히 접하지 못하는 중요한 그림들은 총망라 되어있다. 하나 하나의 그림에도 따로 설명을 붙여 놓아서 이해하기 편하다. 책에 실린 화인은 모두 8명으로 연담 김명국,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능호관 이인상, 호생관 최북, 단원 김홍도 등 조선시대 화가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열전의 서술은 연대에 따르지 않고 작품세계의 변화와 중요한 작품(예술적 성취)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엄한 역사서처럼 따분하지 않고 드라마 같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그림 한 점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소개하였다. 시인과 묵객이 시를 짖고, 찬을 붙이며, 화인이 그리고 나면 감상문을 쓰고 하는 과정이 당시 많은 예술인의 공감과 참여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더욱 옛 선현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에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책을 다 읽고나니 그림을 보는 눈이 좋아지고, 화폭 뒤에 서려있을 선현들의 여러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한 것이 가슴에 뿌듯함이 느껴진다. 저자의 자료 수집에 있어서의 노력과 집필의 열정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발굴되고 보완되어 더 많은 분들의 전기가 쓰여지기를 기대한다.

혜원 신윤복, 개인적으로 한없이 존경하는 추사 김정희 등이 빠져서 아쉬운 점이 아주 크지만 추사에 대해서는 따로 단행본으로 낼 예정이라니 학의 목이 되더라도 기다릴 각오다.

박근도(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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