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홍삼복용에 대한 한의사의 지도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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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홍삼복용에 대한 한의사의 지도의무
  • 승인 2008.11.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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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제품의 전매방식이 바뀌면서 유사제품이 난무하고 홍삼관련 기사도 광고수준으로 쏟아지면서, 홍삼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유행하고 있다. 인삼과 마찬가지로 홍삼이 한의학적으로 열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임상적으로 용량 의존적 효과 혹은 부작용, 그리고 체질에 따른 차이를 평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한의학 원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복용하여도 될 만큼 부작용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원의 사례에 따르면, 만성 인후염을 앓고 있는 환자가 양방의 수술권유에도 재발의 여지가 있다는 양의사의 설명 때문에 한의원에서 한 달 정도 한약으로 치료하여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문제는 치료 이후 한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홍삼제품이 만성질환에 좋다는 주변의 권유로 홍삼제품을 석 달 동안 꾸준히 먹은 뒤 인후염이 재발되었다는 것이다.

환자는 양방에서 말하는 만성 인후염의 전형적인 증상 외에도 머리가 항상 맑지 않고, 눈이 쉽게 피로하고, 구취가 심하며, 입술과 코도 건조하며, 가슴에 한 번씩 열이 차는 자각증상이 있었고, 그 한의사는 이를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열(熱)로 진단하고 치료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피로회복과 만성질환에 효과적이라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약으로 치료한 기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홍삼제품을 먹고 난 뒤 예전처럼 열이 위로 오르게 되고 인후염이 재발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들으면서 자칫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지나친 혐오나 혹은 한약보다 편의성에서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하여 건강식품에 대한 대처에 대하여 고민한다면, 나는 다른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의 건강을 한의학적인 원리에 따라 관리하고, 심지어 서양의학적으로 치료하기 힘든 사례를 치료하고 있는 우리 한의사들이 환자들의 복약지도를 비롯하여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건강이나 질병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정확하게 지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의사의 치료는 진료실에서 행하는 침과 약에만 국한될 수 없고, 음식·칠정·체질에 대한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며, 특히 만성질환일수록 꾸준하고 지속적인 환자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한방치료지침에도 건강보조식품에 대하여 환자에게 지도하는 내용 중에 ‘특정 성분만을 일부 포함한 건강기능식품보다 자생상태의 전초가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물며 임상현장에서 인삼으로 치료하고 홍삼으로 치료하면서도 홍삼추출물 몇 %라고 표시된 상품의 유행을 한의학적 원리로 지도하지 않는다면 국민건강에 한의사들이 소극적이라고 보아야 되지 않을까.

의식주를 비롯하여 생활습관과 마음가짐까지도 바꾸며 치료하였던 예전의 원리를 근거로 임상현장에서 더 확실하게 환자들을 지도하며 생활습관병이라고 이름붙이는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일수록 한의사의 지도의무를 다함으로써 주위의 권유에 따라 자신을 맡기지 않도록 하여 가장 자주 찾는 의료기관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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