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으로 건강 지킨다(60) - 근거의학 중심으로 본 암환자의 한의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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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건강 지킨다(60) - 근거의학 중심으로 본 암환자의 한의학적 접근
  • 승인 2008.11.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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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 염증과 암

2002년 Nature지(420호)에 많은 종류의 만성염증들은 암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염증반응은 손상된 조직을 복구시키기 위한 인체의 방어기전인데 이것이 조직을 복구시키지 못하고 만성적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우리 몸의 세포의 제한된 생명줄(telomere)을 단축시키는 이른바 “조기 노화”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세포의 조기 노화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며 이는 곧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예를 들면 위암인 경우에는 급성위염→만성위염→위축성위염→장상피화생→이형성→위암의 순서로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서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을 전암성 병변(precancerous lesion)이라고 한다.

고형성 암들은 공통적으로 신생혈관을 만들어내어 주위조직을 침습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종양과 그 주위의 만성염증으로 인해 형성된 저산소환경(Hypoxia)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신생혈관형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과 만성염증의 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산소와 영양분이 조직에 공급되지 못하고 이는 다시 신생혈관을 형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1992년 Nature지(359호)에서 신생혈관형성인자 중 대표적인 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단백질이 저산소 상태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어 모세혈관의 생성과 성장을 촉진시키며,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면 매우 빠르게 정상수준으로 회복된다는 보고와 일치하는 바이다.
따라서 이러한 저산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암과 스트레스

올해 5월 9일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정신신경면역학의 권위자인 Kiecolt-Glaser 박사는 “스트레스는 몸을 어떻게 죽이는가? 스트레스와 염증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그녀는 스트레스는 면역계를 교란시켜서 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상처치유의 시간을 길게 하며, 염증을 촉진시키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풍부히 만들어내는데 이는 다시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고 하였다.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는 복구가 필요한 곳의 염증반응은 저하되고 오히려 복구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염증반응이 상승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만성염증과 암의 치료에 있어서 스트레스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례로 유방암 환자군에서 정신적으로 지지를 해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현저하게 생존기간이 길다는 종류의 연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미 외국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심신요법, 명상, 기공, 태극권, 요가, 최면, 이미지요법 등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삶을 연장시킨다는 보고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 한의학과 암

한의학에서 암은 적취(積聚)에 일반론적으로 해당되는데 이는 일정한 감정의 지속적 스트레스(七情), 음식, 외감 등으로 인하여 기(氣)의 운행이 막히고 습담열(濕痰熱)의 병리단계를 거쳐 혈액기능의 저하(血瘀)가 발생하며 이것이 곧 적취가 된다고 보았다.
이는 염증에서 암으로 전변되는 서양의학적 기전과 흡사한 듯하나 熱에서 寒으로 전변되는 한의학적 공간변화에 대한 독특한 인식은 서양의학과 크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질병의 경과와 치료법의 선택에 의해 다양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암환자에게 한의학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고려대학교 외과팀에서 2002년에 The American Journal of Chines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3기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홍삼 엑기스를 수술 전에 투여한 군은 홍삼엑기스를 투여하지 않은 군에 비해 무병생존율과 5년 생존율이 2배정도 높았으며 면역세포 또한 유의하게 상승했다고 보고하였다.

올해 The Journal of Medical Investigation에 발표된 도쿠시마 대학병원의 연구에서도 174명의 자궁경부암 환자 중에서 한약을 양방치료와 병행한 군이 양방치료 단독으로 한 군보다 전체 생존기간이 2배 정도 길었다는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항암치료의 부작용 감소를 목적으로 한약을 병행한 경우에서도 이미 높은 수준의 근거들이 나오고 있다.

황기위주의 한약과 백금계열의 항암제를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병행투여 했을 때 항암제 단독군에 비해 병행군에서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하였으며 종양의 축소효과가 더 높았다는 메타 분석논문이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06년 3호에 실렸고, 이 외에도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골수기능의 저하, 오심구토, 면역세포의 저하 등에 한약이 좋은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이제는 당연할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The Cochrane Library 2008년).

항암치료나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실패한 암환자에서 한약의 단독투여가 의미 있는 종양의 수축이나 생존율의 상승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미국국립보건원 산하의 대체의학센터인 OCCAM에서는 이러한 한약 단독군의 치료효과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를 포함한 국내의 한약 단독치료례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2008년도 제3회 국제암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진행성 폐암 환자의 한방치료군의 생존율이 기존 양방단독 치료군보다 2배 이상의 생존율을 보여주었다.

■ 암환자를 위한 조언

상기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만성질환인 암을 잘 관리해 나간다는 느긋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수술이든 항암치료든 한약이든 간에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임하고 환자 스스로가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좀 더 자연친화적인 생활과 긍정적이고 감사한 마음자세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위에 부담스럽지 않게 적절한 식생활을 하고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풍부하게 섭취하고 등산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자기에게 맞게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
암 자체를 없애고 죽이려는 질병 중심적인 생각보다는 암과 공존하며 몸의 기초대사가 잘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한의학적 근본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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