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노릇 잘 할수록 ADHD아동 치료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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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노릇 잘 할수록 ADHD아동 치료도 빨라진다
  • 승인 2008.11.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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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월 25일 2008 대한한방비만학회 추계연수강좌에서 발표된 해마한의원 백은경 원장의 ‘비만한 ADHD 아동의 치료실제’라는 주제의 발표문으로 ADHD 아동의 치료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 부모가 자녀의 ADHD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인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내 자녀가 ADHD에 해당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럴 수 있다. ‘아이들이야 다 산만하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반대로 진짜로 ADHD이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도 있다.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면서 문제는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데도 ‘좀 더 커서 말귀 알아들을 만하면 나아지겠지’라며 스트레스를 최대한 견뎌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부모 자신이 과거에 자녀와 비슷한 history가 있어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 우리집 이야기

내 아이는 공상이 무궁하며 다른 사람의 말에 집중을 못하고 물건을 잘 깨트리거나 다치기 일쑤였다. 유치원 다닐 무렵에는 반창고나 소독약을 늘 따로 싸서 보내곤 했다. 유치원 단짝과 철봉에서 놀다가 철봉 맞히려고 돌을 던졌는데 친구이마를 맞혔다는 얘기는 기본이요, 준비물을 챙겨놓고도 가져가지 않아 아이의 전화를 받고 내가 출근 대신 등교했던 일도 적지 않았다. 중학생이 된 이후의 최대 사건은 수학 시험지 앞쪽만 풀고서 시간이 남아돌아 검산까지 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몰라서 야단을 치고 벌을 세웠고, 알고 나서부터는 자녀와 잘 지내기 위해서 그야말로 도 닦는 심정으로 노력을 하고 산다.
부모들이 자녀의 ADHD를 이해하고 인정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우선은 심리적인 안정감이다. 두 번째로는 부모역할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셋째로는 부모와 자녀가 행복하고 편안한 관계 속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다.

■ 도대체 얼마나 흔한가?

요즘 초등학교의 학급별 학생 수는 35명쯤 된다. 이중 최대 3명까지 ADHD에 해당될 정도로 흔하다. 물론 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10%도 안 되지만 유병율은 꽤 높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2005년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정신장애 유병율의 13.25%가 ADHD였다고 한다. 1994년의 결과에 비해서도 거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으며 미국아동 중 ADHD비율에 비해서도 높았다. ADHD는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3~9배 많다. 사춘기 이후에는 충동성과 과잉행동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지만 약 26%에서 반사회적인 행동이 관찰되고 15~20%는 성인기까지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 주된 양상과 검사

주요 특징은 충동성과 주의력결핍 그리고 과잉행동으로 압축되며, 주의력결핍 우세형과 과잉행동 우세형 및 혼합형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이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지능검사를 기본으로 하여 K-CBCL(Korean Child Behavior Check List), ADS(ADHD Diagnostic System), Conner’s parent (teacher) rating scale이 활용된다. 기타 검사로는 간편 평정척도와 NEPSY(Neuropsychological Assessment)가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검사들은 거주지 근처의 소아정신과나 대학병원, 복지관, 아동발달센타 등에 가서 받으면 된다. 요즘은 임상심리사 혹은 임상심리전문가가 근무하는 한의원이 있어서 그곳으로 검사를 의뢰해도 된다.

■ 진료의 SKILL

ADHD아동을 진료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타고난 체질과 임상증상, 부모의 양육태도, 타 기관의 평가내용, 건강상태를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부모갈등으로 불안한 아동이나 수면부족, 간질약을 복용중인 아동에서도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이 관찰되므로 단지 ‘산만하다’는 이유만으로 ADHD를 말해서는 안 된다. 진료 전에 작성한 면접지와 간편 평정척도를 십분 활용해서 아동이 처한 선천적, 후천적 환경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료들은 초기 내원시는 물론이고 이후 치료를 지속하는 중의 중간평가, 치료종결시점의 최종평가와 비교하여 볼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ADHD관련 전문서적-예컨대 ADHD 진단과 치료(도서출판 특수교육, 김해란 역)-에는 간편평정척도 내용이 잘 나와 있어 참고할 만하다.

■ 예후

부모는 언제쯤 자녀의 ADHD가 완치될지를 궁금해 한다. 아이들의 예후는 개인차가 심하다. 어떤 아이는 1년이라는 치료기간으로 충분하고 다른 아이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보통은 6개월 단위로 재평가를 해서 경과를 추적해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치료경과는 아동의 지능이 높을수록, 부모노릇을 제대로 잘 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나아진다. 한약이건 양약이건 약은 생활의 불편을 줄여주는 가장 주효한 방법이지만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아동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고 과잉행동을 줄이는 조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격려 받고 연습이 되어야 하며, 주의력을 증진시키는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

■ 국내외 연구자료들

중국에서는 중서의결합잡지에 기고된 여러 연구자료들이 있다. 양약과 한약, 또 복합투여군으로 나눠 효과와 부작용을 연구한 자료에서부터 이중맹검자료, 침구치료병행 연구자료 등 다양하다. 본인이 근무하는 한의원에 내원했던 ADHD아동의 한의학적 변증은 신정부족, 건망, 심화, 음허, 심허, 담음, 기허, 심비허겁 순이었다. 과잉행동위주의 아동은 火를 맑히거나 痰火를 치료하는 처방이 많았으며 주의력결핍 우세형인 아동은 脾胃를 補하거나 補精하는 처방, 安神益智하는 처방이 많았다. 한약은 초기의 화끈한 효과는 적은 편이나 장기적인 개선에 효과적이고, 약물중단 이후의 상태도 약물 의존적이지 않은 장점이 있다.

■ 결론

ADHD는 선천적인 기질과 후천적인 부모의 양육태도, 치료의 적정성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 ADHD아동이 갖는 부정적인 자아상은 어려서부터 형성되므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모들의 빠른 인식과 치료 선택이 중요하다. 부모는 자녀의 자존심을 훼손시키지 않고도 문제행동을 다루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욕심을 좀 더 부리자면 교사들도 이 아동들에 대한 생활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 준다면 좋겠다. 일정기간 동안 치료를 지속해 가는 데 필요한 인내심은 부모나 아동 못지않게 한의사에게도 요구된다. 울화가 쌓여있는 부모를 지지하고, 아동의 성장을 격려하면서 총체적인 치료과정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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