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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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2)
  • 승인 2008.10.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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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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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방제약회사 - 쯔무라제약(下)
<전회(682호 15면)에 이어>

‘한방’이라고 부르게 된 계기는 17세기경이다. 일본에 막 소개된 서양의학(蘭方)과 구별하기 위해 한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해 준다.
한방약과 민간약, 한방의학과 대체의학 정의에 대한 설명도 길다. 대체로 한방에 대한 자국의 용어 통일과 정리를 잘 의식하고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오른편 벽면에는 ‘한방의학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자료가 설치되어 있다.

한방기념관내에 있는 산뜻하게 디자인된 한약전시관에는 ‘의료용 한방제제와 생약’이 전시되어 있다. 투명하고 길다란 플라스틱 원통에 천골, 상백피, 목통, 인진호, 빈랑자, 우슬, 의이인, 산조인, 차전자, 호초, 지모, 독활, 위령선, 방풍, 방기, 박하, 지실 등을 깨끗한 모습으로 채워 놓고 있다.

공장 뒤편으로 쯔무라 약초원이 자리 잡고 있다. 보통의 약초원과 달리 이곳에는 한방 방제의 구성약재를 그룹으로 묶어서 같은 영역에 심은 것이 아이디어이다. 바로 잘 알려진 당귀작약산, 갈근탕, 황련해독탕, 반하후박탕, 사물탕 등이다. 그런데 큰 나무의 한약식물도 방제의 구성약재 속에 함께 심어져 있다. 즉 반하후박탕 영역에는 후박나무가 있고, 황련해독탕 지역에는 황백 같은 목본식물을 같이 심어 놓은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촬영한 약용식물들은 다음과 같다. 택사, 감초. 산치자, 목단피, 계피종류, 오수유, 창출, 세신, 황백, 후박, 마황, 조구등, 황금, 시호, 길경, 회향, 황기, 고삼, 지황, 권삼, 우슬, 하고초, 지치, 망강남, 지실, 감차, 디기탈리스, 포황 등을 골고루 재배한다.

사진촬영이 안 된다는 엄격한 주의사항을 의식하고 공장에서 제공하는 가운과 신발을 신어야 공장 내부로 안내된다. ‘원료 생약 보관 조건’으로서 ‘온도 15도 이하-충 발생방지, 습도 60% 이하-곰팡이 발생방지’란 설명문이 붙어 있다. 그리고 마황, 감초, 인삼, 대황같은 중국산 생약재료의 수입 루트를 지도로 나타내 놓았다.

넓은 생약보관창고에 생약을 보관하는 가마가 쌓여 있다. 규격 가마를 사용하여 4단으로 잘 정리한 모습이다. 문의를 해 보았더니 생약재료를 원형 그대로 보관하고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라서 절단한 것은 중국에서 가지고 올 수 없다고 한다. 생약 보관가마 안을 한번 확인하고 싶었지만 안 되겠다고 했다. 규격가마 표시에는 ‘(주)쯔무라, 이바라키공장’이라고 쓰여져 있다. 가마니는 깨끗한 상태였으며 곰팡이나 세균이 생기면 가마니 채로 바로 폐기한다고 설명한다. 보관기간은 6개월 이내이며 빠른 경우는 2주 이내에 사용한다.

실험실은 미국 회사제품인 HPLC 분석기기 40개로 성분정량 시험을 하고 있었다. 국가 기준의 시험으로는 20% 정도 이하 밖에는 만족되지 않으므로 회사에서 더욱 엄격한 단독 관리기준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본의 국가기준은 도움이 안 되므로 회사는 국가를 믿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 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던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원료생약의 위생과 유통의 안전관리는 당연히 우리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이 회사는 재배, 구입 단계부터 직접 밀착관리를 한다고 한다. 국가기준에다 해외의 의약품기준과 국내의 식품기준을 참고하여 회사는 독자적으로 기준시험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었다. 우리가 ‘맥시멈’이라고 지키기 힘들어하는 국가의 기준이 그들에게는 ‘미니멈’에 불과하였다.

이 회사의 직원인 쿠도(工藤) 씨가 우리 일행을 위해 한국말로 회사 소개와 견학안내를 담당해 주었다. 통역이 필요 없이 유창한 한국어가 가능한 이야말로 쯔무라의 귀중한 자산일 것이다. <격주연재>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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