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한약제제의 사용량이 감소하다 못해 거의 빈사상태에 있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약제비는 27%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는 데 비해 한의계는 4%대를 맴돌고 있다. 약제비 비중이 다소 높다는 지적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0% 이상은 돼야 환자의 치료에 보탬이 되고, 나아가서는 한약제제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설사 건강보험에서 약제비의 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하더라도 약은 침·뜸이나 물리요법과 함께 환자를 치료하는 중요한 치료수단이므로 약의 적정사용은 당연하다.
물론 한의사는 한약을 첩약의 형태로 쓰는 데 익숙해 한약제제의 사용을 주저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이해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상황이 돌변했다. 많은 한의사들이 첩약을 주요 치료수단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살리자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시대에 맞게 한약제제의 사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오래 전에 주장해온 사실이고 이제는 대세로 굳혀졌을 뿐이다. 한의대와 한의학회, 한의학연구원,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한약제제에 대한 논의를 빈번하게 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각 주체의 노력이 산발적이고 단속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뭔가 하려고 해도 효능 확인작업이 만만치 않고, 법률적 권리와 의무 규정이 불명확한 데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관련 업계와 단체마저 영세해 정책을 연구할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급변하는데 정책다운 정책이 부재하다보니 다들 바늘허리에 실을 꿰듯 서두르기만 할 뿐 일이 진척되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다소 늦긴 했지만 수가계약이 종결된 지금부터라도 한약제제 문제에 집중해 내년 이맘때쯤에는 한약제제문제를 한 차원 개선시켜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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