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월 만원의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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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월 만원의 후원
  • 승인 2008.09.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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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란 축복의 나눔이다. 축복받은 것을 모든 사람과 나누는 행위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에도 좋은 일이 있을 때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곤 했다. 그것이 축복의 나눔 정신이라고 본다. 이런 정신을 갖고 있는 한 세계 어딜 가도 성공한다.”

지난 14일 국내 개인 기부 사상 최고액인 578억원 상당을 KAIST 기부한 류근철 대선배 한의학의 기사는 우리 한의계의 기쁨이자 자랑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를 염려하면서 나라를 발전시킬 과학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낙원이자, 전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결정은 개인적으로 만화영화 제작가인 W. 디즈니의 꿈을 보는 기쁨이었다.

1928년 월트디즈니가 프로덕션을 설립하여 ‘미키마우스’를 시작으로 ‘백설공주’, ‘피노키오’, ‘신데렐라’ 등을 통해 꿈과 환상을 선사하였듯이, 1955년 만든 ‘디즈니랜드’처럼 과학자들에게 디즈니랜드의 ‘Magic’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격려가 주어지고,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주어져야 한다는 평범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묵묵히 10여년을 후원한 분들에게 감사드리기 위하여 월 만원의 후원으로 이루었던 꿈도 소개해 본다.

중국어 원문으로 된 중의학 책을 보는데 몇 시간이 걸려 힘들었던 대학시절 후배들만이라도 번역된 책으로 내용을 빨리 파악하도록 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 꿈은 우연히도 1993년에 시작된 ‘한약분쟁’ 때 시작되었다. 당시 제도권투쟁도 중요하지만 내실이 있는 교육과 중의학을 극복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동감한 예과 1학년 세 명과 함께 중의학논문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해 정식모임을 만들어 매주 1편씩 논문을 번역하기 시작했고, 1995년에 후원회를 구성하여 번역에 꾸준히 참여한 학생들 중에서 2명씩 선발하여 지금까지 10여명에게 중국 북경 어학연수를 지원했다. 그리고 번역한 논문을 모아 지난 2000년에 ‘논문으로 보는 중의학총론’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고, 이후에 번역한 논문을 다시 합쳐 작년에 재판을 4권 출판했다.

94년부터 13년 동안 작성한 금전출납부를 지난 해에 정리하면서 정말 큰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 72명, 6개 단체, 대학원생들로부터 총 4770만 1441원을 후원받았던 것이다. 물론 익명으로 후원한 분, 책 판매이익, 은행이자도 포함되었지만, 역시 가장 큰 도움은 매월 만원씩 꾸준하게 후원한 동기와 출신대학과 관계없는 선후배들의 후원이었다.

제대로 된 번역, 번역과 창작이 분명하도록 함께 토론하며 매주 번역에 참여하였던 그 학생들이 이제는 한의사가 되어 다시 매월 만원의 선행을 실천하는 후원자가 되어 있다.
80년대만 하여도 중국 간자체로 된 원서를 보거나, 잘못된 번역서에 의존하여 중의학을 한의학으로 착각하며 공부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번역의 원서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이 직접 번역하지도 않은 원고로 마치 자신의 저서인양 출판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번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 한의대를 다니고 있고, 대학과 임상에서 중의학과 다른 한국 고유의 한의학을 위한 연구와 실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면 가장 큰 투자는 시간과 사람인 것 같다.
한의학을 위한 꾸준하고, 남모르는, 조그마한 후원이 더 큰 후원이 되어 우리 스스로에게 되돌아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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