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 권위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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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권위와 믿음
  • 승인 2008.08.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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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이외의 학문에선 과학적 수긍만큼이나 여전히 ‘믿음’이 많이 지배한다. 이제는 거의 정과학으로 자리 잡은 양자학 역시 여전히 ‘믿지 않는’ 과학자들이 있다. 단지 그 믿지 않는 자들이 믿는 자보다 소수라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은 감히 ‘사실’이라거나 ‘진리’라고 하지 않는다. 단지 ‘정설’이라는 표현을 쓴다.
증명과 가설 이론 통계 증거를 다 들이밀어도 어차피 안 믿는 사람은 안 믿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않는다. 수없이 많은 통계와 증거와 가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의 여지가 과학엔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상엔 과학의 범주에 포함된 것과 사이비과학, 그리고 현재의 과학으로 증명하지 못한 ‘진리’들이 있다. 그리고 간혹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사실인’ 것들은 종종 사이비과학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고 한의학은 매번 그 심판에서 힘들어한다.
하지만 무엇이 거짓인지 무엇이 참인지, 무엇이 효율적이고 무엇이 비효율적인지 우리는 명백히 알 수 없다. 그들에게 통계와 과학적 사실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통계적 사실의 적용측면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분진을 없앴더니 아토피소아의 가려움이 줄었다”→ 이 통계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분진이 아토피의 원인중 하나다”→ 이 해석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분진을 없애면 아토피가 낫는다”→ 이 역시 타당하지 않다.
영국에서 분진에 노출된 영아들이 후에 아토피 이환률이 낮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분진에 노출된 영아는 아토피에 덜 걸린다. 분진에 노출된 그 당시엔 더 가렵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해석함에 있어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원인이 결과가 되는 재귀적 되먹임현상을 기본전제’로 보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즉 ‘분진에 노출되어 분진에 대항하는 힘이 길러져서 아토피 이환률은 적되 분진자체는 여전히 항원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라는 게 한의학적 해석방법이고 ‘분진은 염증을 가중시킨다’ 라는 선형적 결과를 내는 패턴이 양의학적 방법이다. 수없이 많은 곳곳에서, 죽음의 순간에, 만성질환의 순간에, 응급질환의 순간에 이 ‘해석’의 방법에서 결과의 차이가 온다. 그리고 그 ‘믿음’은 실전에 투입된다.

우리는 종종 “현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치료법을 무당짓거리라고 자조섞인 이야기로 말을 한다. 하지만 정교한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과학을 응용할땐 “해석”이 들어 가야 하고 이 ‘해석’은 ‘진위’의 범위가 아니라 ‘타당한가 아닌가’의 ‘과학적 검증’이 아닌 ‘논리와 의식의 확장’을 통한 검증으로 마무리된다.

아직 한의학적 확신도 양의학적 확신도 없는 후배님들에게, 이제 졸업하신 이제 개원 전이신 후배님들에게 한의학은 못하는 게 없는 대단한 방법이고 양방은 별것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 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보다 사실상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 지금은 너무 황당하고 낡아 보이는 방법이 사실 온고이지신을 통해 대단히 혁신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걸, 그 가능성을 그 상상력을 그 시도를 여전히 가지라고 하고 싶다.

어차피 학문적 권위란 ‘진실’에 가까움이 아니라 ‘누가 메이져’이냐 일 뿐이다. -양의학적 과학적 권위에 눌려 한의학을 폄훼하는 것은 ‘진실의 추구’가 아닌 ‘권력에 대한 항복’일 뿐이다. 흙에 뭍힌 보석을 더럽다고 던져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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