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한의학적 환자교육과 건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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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한의학적 환자교육과 건강관리
  • 승인 2008.08.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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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는 앞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평가, 교육, 상담 등의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협회나 병원협회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의료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 대한의사협회는 검색 포털인 네이버와 의료상담 및 의학정보 콘텐츠 제휴 협약식을 맺고 7월 21일부터 지식 iN의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 제공을 시작했다.

3. 교육과학기술부는 7월 9일 초중고에 보건과목 신설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83.4%가 ‘기회가 된다면 보건교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청년의사 2008. 8. 4)

‘친절하게 충분히 설명을 해주는 것’은 환자들이 한의원의 의료서비스에 만족하게 하는 주요 덕목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의 이런 기류들은 한의사들이 단지 설명을 잘 해주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 건강서비스와 한의학적 보건교육의 고유한 내용과 방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한의사가 매스컴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좋은 식습관, 영양, 운동 방식 등에 한의학은 없고, 서양의학적 건강상식들만 반복되는 것을 종종 본다. 서양의학과 과학의 상식들을 모조리 부정하는 식의 언사도 문제가 있지만, 무비판적으로 그런 내용을 답습하여서도 안 되겠다.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 하루에 2L는 마시는 것이 좋다”는 말 그대로 실천하려다가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환자들이 있다.
이것은 서양의학적으로도 근거가 별로 없는 이야기다. 脾胃에 열이 많은가 비위가 虛寒한가에 따라 마셔야 할 물의 양과 온도가 다르다는 것은 한의학적으로 얼마든지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육류 소비 문제도 그렇다.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이니 육류는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것인가?
오곡과 五味를 고루 먹으라는 것은 칼로리 위주의 서양 영양학과는 다른 관점이다. 꼭 광우병 때문이 아니라도, 氣味論으로 보았을 때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육류의 독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주 3회 이상, 매회 1시간 이상, 최대 심박수의 2/3에 도달해서 숨이 찰 정도로 운동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나이와 체력에 걸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 때문에 관절통, 요통 등이 생기거나, 체력 저하와 피곤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숨차지 않게, 힘들거나 아프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오히려 한의학적으로 올바른 운동법이 아닐까?

환자의 증상에 맞는 한약차, 한약술, 약선음식 등에 대해 한의원에서 교육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재료나 제품을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은 건강기능식품에 잠식되어가는 한약 시장을 지키고 더 넓혀나가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몸에 유연함을 주는 체조, 기혈 순환을 돕는 기공, 마음으로 몸을 고치는 명상이 한의학적 운동처방이나 상담치료 프로그램이 아닌 서양의학의 건강관리서비스로만 제공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되겠다.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한 독창적인 의료정보, 교육, 건강관리 콘텐츠가 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또 그것을 환자교육과 상담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한의사마다 서로 정반대로 다르게 이야기하거나, 다른 한의사를 비난하는 일도 없어졌으면 한다.
보건교육이나 건강관리 영역에서 한의학이 또다시 철저하게 배제되지 않으려면, 오히려 이것을 한의학 대중화의 계기로 활용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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