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칼럼] 신약개발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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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승 칼럼] 신약개발과 한의학
  • 승인 2008.08.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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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한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한약은 절대로 신약개발이 될 수 없는 신비롭고 신성불가침한 대상으로만 알았다. 언제부터인가 한의학에 국가 R&D 자본이 투입이 되고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법이 제정되면서 이제는 국가에서 나서서 좋은 한약을 이용해서 신약개발을 하라고 권장하는 시대가 왔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 바로 식약청의 IND (임상시험승인신청) 승인이다.
11종 의서에 포함되고 안전성이 일정 정도 확보된 약물들은 이러한 복잡한 과정 없이 바로 의약품으로 등록이 될 수 있지만 가감을 했다거나 창방을 했을 경우에는 그 유효성과 안전성을 중심으로 하는 식약청의 승인을 거쳐 임상시험을 시행해야만 신약 승인이 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게 과연 한의학일까 하는 허무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교 시절 “의자의야(醫者意也)”를 외치며 직관의 힘을 갖춘 명의를 꿈꾸었던 자신이 모습이 어느새 서양에서 들이대는 잣대에 맞춰지는 듯하여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한의학과 지금의 한의학은 외부 여건이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이미 국민들에게 한의학은 불신의 대상이 되었고 세계의 흐름도 너무도 빨리 진보하고 있다. 설령 내가 신약개발을 안할지라도 외국의 누군가가, 또는 국내의 다른 연구자가 개발을 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필자가 한의사로서 한 가지 꿈꿔왔던 것은 진정한 명의가 되고 특히 고통 받는 암환자를 완치시키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제는 치료된 증례를 어떻게 입증해야 인정을 받는지도 안다. 몇몇 암환자를 낫게 했다고 스스로 감동하고 기뻐해본지도 오래이다.

이제는 정말로 한의학의 암치료기술을 대중화 시키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신약개발의 트랙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연구자로서의 꿈이 있다면 정말로 한두 가지 만이라도 한방 암치료 신약을 승인받고 이를 통해 여러 뜻있는 동료 한의사들이 마음껏 난치병 치료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변증시치의 관점에서 보면 기성제제를 만들어 놓는 것은 한의학의 마인드를 잃어버린 듯이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변증(辨證)과 변병(辨病)을 함께하는 것을 암치료의 기본으로 하고 있고, 주변 의료환경을 고려해 보더라도 신약으로 개발되는 것이 보다 많은 환자들에 혜택을 줄 수 있고 효과를 명확히 규명하는 데도 장점이 있어 보인다.

물론 단일물질 한 가지에 의해 암이 치료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구성이 사회적, 정신적, 영적, 육체적 요소로 되어져 있을진대 이것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치료 프로그램에 의해 질병이 치유될 것이나 이것이 현대화에 발맞추어 가려면 하나하나의 치료법에 대한 근거중심적 접근은 필수 불가결하다.

현재 21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보완대체의학 시장의 규모를 보면 매년 엄청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나 정작 한국 한의학은 너무도 고요히 정체해 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종양학 분야에 있어서 첫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한방신약개발은 향후 국가의 수출수요창출이라는 비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러한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 등 수요창출이 있어야만 진정으로 한의학이 대중의학으로 거듭나서 미래에 경쟁력 있는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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