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칼럼] 이열치열(以熱治熱)
상태바
[안세영 칼럼] 이열치열(以熱治熱)
  • 승인 2008.08.01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오락가락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마도 말복(末伏)은 물론 최소한 처서(處暑)까지는 30℃를 훌쩍 뛰어넘는 폭염(暴炎)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리라 예상된다.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맥이 쭉 빠지는 날씨인지라, 미디어에서는 또 여느 때처럼 일사병·열사병 - 혹은 오히려 냉방병 - 등을 운운하며 갖가지 건강 관련 정보를 내보낼 것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대표적 건강식, 삼계탕은 그야말로 단골 메뉴로 등장할 테고…….

‘열을 열로써 다스린다’는 이 한자성어를 우리들만큼 정확하게 이해하는 집단은 없을 것이다. 『내경(內經)』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에서 기백(岐伯)이 언급한 치료원칙을 구구절절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열치열이 열인열용(熱因熱用)의 종치법(從治法) 혹은 반치법(反治法)의 대표적인 예임은, 한의사라면 누구나 주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 이열치열이라는 반치법 역시, 결국에는 정치법(正治法)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철에 열성(熱性)의 닭고기·개고기를 섭취하는 게 건강에 이로운 까닭은, 염서지절(炎暑之節)인 하월(夏月)에는 복음(伏陰)이 재내(在內)하여 허한(虛寒)해지기 쉽기 때문, 다시 말해 진한가열(眞寒假熱)의 상태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겉보기엔 다를지라도 근본은 매양 한 가지인 것이다.

최근 들어서도 의원급, 병원급 가리지 않고 심화된 경영 악화는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에 모두들 다각도로 극복책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전문 과목이나 특정 질환 표방도 좋고, 새롭게 개발한 독특한 치료기술방법도 좋으며, 하여간 작금의 난국을 타개할 묘책이라면 뭐라도 다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잊지 않아야 될 점은 한의학이라는 근본 바탕이니, 최대한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특정 회사를 - 사전 양해도 얻지 않은 결례를 범하며 - 직접 거론한다면, ‘옴니허브(Omniherb)’에서 배우고 또 조언을 구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대표가 똑같이 한의사일뿐더러 “내 아이에게 먹일 한약”을 모토로 삼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회사가 동료들을 상대로 단지 금전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약재 중간상이 절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미루어 짐작컨대, 회사의 첫 발걸음은 기원조차 불분명한 질 낮은 한약재로는 제 자식에게는 고사하고 환자에게도 투여하기 쉽지 않았던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침·뜸·약이라는 한의학의 3대 치료 도구 중 약에 깊이 천착한 바, 몸소 기원식물을 찾아 중국까지 넘나들며 올바른 약재의 인식·보급에 힘쓰다 보니 지금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비록 외형에 비해 그리 수지타산 맞는 실적은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몇 귀 건너 듣곤 하지만, 애당초 회사 대표의 초심(初心)은 양질(良質)의 한약이지, 돈이 아니었으리라!

정책에 관여하는 협회 관계자라면 이른바 ‘건강기능식품’ 관련 시장의 현실과 전망에 대한 도움말을 얻음으로써 입안에 적극 활용하고, 매일 환자와 전쟁을 치르는 한의사라면 좋은 무기에 대한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를 거둔다면, 모르긴 해도 반드시 현재보다 훨씬 나은 모습으로 탈바꿈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한의학의 취약한 현 상황을 가장 한의학적으로 극복하는, 근본에 입각한 이열치열의 바른 치료법임을 뚜렷이 인식해야 한다. ‘치병필구어본(治病必求於本)’도 모르는 한의사는 없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