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原 李正來 선생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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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原 李正來 선생님 영전에
  • 승인 2003.03.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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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선생님과 헤어져야 하는 인사를 드리게 되다니 가슴이 메이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과는 처음 1993년 고양시 한의사 주최로 서울 신촌의 어느 강의실에서 열린 韓醫講座에서 뵈온 이후 지금까지 저의 韓醫學 인도자이셨습니다. 학문의 길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같이 고민하시는 이 시대의 선각자이시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어디에서 이런 시간과 가르침을 구할 수 있을까 황망감이 가득합니다.

올 11월 첫째주 토요일까지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서도 후학을 가르치시겠다는 집념으로 강의하시던 중 정신을 잃어 제가 부축해드림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고, 입원치료 중 조금씩 안정이 되어 안심이 되던 중, 12월 10일 새벽 급하게 걸려온 부음 전화에 망연자실하였습니다.

보문산 기슭 日月閣에서 “天은 五行을 布하여 萬物을 運함으로써 하고, 人은 五常을 타고나 五臟이 있음으로써 經과 絡과 府와 兪에는 陰과 陽이 會하고 通하는 것이다”는 傷寒論 序文에 있는 句節로 현대의학의 실험적인 경향을 비판하며, 인간 전체를 파악하는 整體 醫學으로서, 黃帝內經에서 시작하여 醫學과 易이 同一한 認識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을 항상 강조하신 선생님의 명쾌한 강의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항상 강의를 끝내고 유성에서 피로를 푼 다음 저녁식사와 酒杯가 돌아간 뒤 二伯과 杜甫의 詩를 흥겹게 音韻따라 흥얼거리시던 모습도 이제 기억 속에 남게 되었으니 슬픔을 금하기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과거 유명한 의사들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했다고 하였습니다. 첫번째는 높은 의술입니다. 강의 중에 예를 들어 설명하시는 예화는 실로 신기하였고, 선생님의 질병 치료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고상한 의덕입니다. 치료와 강의를 하시면서도 대가를 바라거나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항상 겸손하시고, 당신의 스승님이신 계은선생님과 하늘의 덕으로 그 공을 돌리셨습니다. 셋째는 많은 제자들입니다. 각 한의과대학 교수와 한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인 양의사들도 선생님의 자연원리에 기초로 한 인체 생리·병리 현상들의 기전을 강의받고 있었고 韓醫學徒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져 이를 배우려는 열망이 가득하였습니다. 이에 선생님은 名醫라 칭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짧아 막혀서 물어보면 난로에 눈 녹듯 지도해 주시고, 항상 천진한 소년처럼 겸허하게 웃으시는 선생님을 뵈올 때 몸과 마음을 가다듬게 되고, 토요일 1시간여의 강의라도 上京할 때의 기쁨 가득한 벅찬 학문의 충만감은 이루 헤아릴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이런 慧眼의 기쁨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황망감이 저를 짓누릅니다.

中國 北京中醫學院, 衛生省, 仲景國醫大學에서 초청받으시어 강의를 함에 中國 中醫의 元老교수들이 중국에서도 잃어버린 韓醫學의 原流를 東方 韓國에 東原 李正來선생님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을 토로하시며 부러워하던 기억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려서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 총명함으로 四書三經뿐만 아니라, 命理와 相學의 大家를 이루셨고, 昨今의 의료 현실을 개탄함에 이를 구제하려 東洋醫藥原理, 太韓醫學全集, 東醫要諦眞詮, 醫易同源, 醫易閒談, 醫易閒談後集과 그 외 命理眞髓全書, 相學眞傳, 日月萬歲曆 에 이르기까지 세상 어느 보석보다도 비유하기 어려운,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을 집필하셨음에, 제자로서 선생님의 깊고 깊은 심오한 원리를 어찌 후세에 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韓醫學의 큰 바다에 방향을 잃어 헤메이던 여러 韓醫學도들에게 등대같은 존재이셨고, 나침반같은 올바른 방향을 지도해주셨습니다. 이제 그런 답답함이 생길 때 누구에게 물어 보아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생전에 醫易同源學會를 만드시고 ‘醫와 易은 같은 根源이다’ 라는 원리에 대한 공부가 계속 유지되시기를 바라셨습니다. 많은 후학들이 선생님의 깊은 뜻과 학문을 계속 갈고 닦아 韓醫學의 순수성과 자연음양의 전체의 회통의 원리를 잘 보존하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노력하는 제자들이 되겠습니다.

韓醫學의 北斗七星을 이루신 東原 李正來 선생님의 빛이 醫學史에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근심, 아쉬움, 질병을 접으시고 편히 주무십시오.

2002년 12월
不肖 弟子 崔埈培 哭別
(일산 청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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