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주방장 천상묵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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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주방장 천상묵 원장
  • 승인 2003.03.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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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가 즐거워

낮에는 진료하고, 밤이 되면 포장마차 마담 겸 주방장으로 변신하는 별난 한의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천상묵(43·전북 호남홍천한의원)원장. 그의 주방장 변신은 지난 11월 전주중앙성당의 30~40대 신자들이 성당의 활성화를 위해 ‘양업회’라는 모임을 만든데 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천 원장은 회장을 맡게 됐고, 친목도모를 겸한 사업을 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11월 20일 성당 옆 공터에 ‘실내마차’가 꾸려지고 회장인 천 원장은 마담 겸 주방장을 맡게 됐다.

28명의 회원 중 4명씩 교대하면서, 새벽3시 까지 영업을 한다. 실내마차에서 나오는 요리의 양념은 대학시절 잠깐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천 원장의 솜씨다.

워낙 술·사람 좋아하는 천 원장은 “손님들 술상에 끼어 매상을 톡톡히 올린다”며 자칭 “A급 마담”이란다.

하지만 이 종교모임이 만든 실내마차는 단순히 친목도모만을 위해 꾸려진 것이 아니다. 그 수익금은 어려운 누군가에게 보낸다는 따뜻한 복안을 품고 있다.

천 원장은 “연말을 맞아 수익이 짭짤하다”면서 “30~40대 회원들이 고된 직장일을 마친 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어울려 일하는 것이 마치 산타클로스가 된 것 같은 기분 ”이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고, 모교인 원광대에서 외래 강사를 하고 있는 천 원장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신앙심에서 비롯된 탓도 있지만, 대학시절 은사때문이기도 하다.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대학시절 보컬로도 활동했던 천 원장이 방황 끝에 수업에 자주 빠지기에 이르렀는데, 당시 박경(원전학) 교수가 다독여 학교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 고마운 기억이 천 원장으로 하여금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갖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애초 양업회는 실내마차를 연말까지 운영하고, 수익금으로 300만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운영이 잘 돼 내년초까지 연장하기로 했단다.

천 원장은 “연말 봉사활동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차기 사업으로 꽃장사, 구두닦이 등을 구상중이다.

한편 천 원장은 젊은 시절 음악에 대한 향수로 지금은 록 그룹 ‘들국화’ 팬 중에서도 매니아급 열혈팬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동아리에서 걸출한 입담으로 인기를 누리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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