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상업화’ 속내 드러낸 ‘이종 의료인 상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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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상업화’ 속내 드러낸 ‘이종 의료인 상호고용
  • 승인 2008.06.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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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체인화, 비의료인의 의료인 고용 예상
의료법개정 앞두고 의료계 대응 부심

정부가 지난 10일 입법예고한 의료법개정안과 관련 의료인의 상호고용 문제는 그 자체보다 의료의 상업화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입법예고안 중에는 의료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거나 법률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의료의 상업화’라는 주장이 의료인들 사이에서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인들은 이번 의료법개정안은 정부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온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맥이 닿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의료가 해외환자를 유치할 만큼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영리 지향적 자본투자가 허용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영리의료법인의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상업화는 일부 대기업 산하의 연구기관이 먼저 불을 당겼다. 모 경제연구소는 영리지향적 대형 자본의 유입을 합법화해야 한다면서 의료채권 도입을 통한 대규모 자본 유입, 유인·알선 허용 등 영리적 이윤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공급체계 개편, 건강보험 수가를 따르지 않고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안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내지 완화, 민간보험 활성화 등을 주장했다.

기업측의 요구는 정부정책에 일부 반영돼 지난 5월 11일 기획재정부가 주식회사형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도입을 골자로 하는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발표로 이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 등 7개의 경제특구에서는 내국인진료가 가능하면서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돼 의료의 영리화작업이 상당히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의 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보건복지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이번 의료법개정안에 일부 반영됐다. 의료법인간 합병제도 도입이나 외국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행위 허용, 부대사업 범위 확대 등의 조항은 의료상업화의 흔적들이다.

이종 의료인의 상호고용도 얼핏 보면 의료의 상업화와 무관한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리의료법인의 본격적인 도입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우리나라 의료가 외국과 차별화되려면 뭔가 달라야 하는데 그것이 외국에는 없는 한·양방 결합진료이며, 이것이 이번 의료법개정안에서 이종 의료인간 상호고용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도 우리 의료가 경쟁력을 갖는 방안으로 한·양방 결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료를 상업화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의료계 내외에서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전망이 불투명하다. 양의계와 한의계의 반대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서울에 개원한 한 한의사는 “상호고용은 영리병원의 전단계”라면서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의료기관 표기의 자유화와 결합돼 의료기관의 덩치를 더욱 키울 것이며, 나아가서는 이종 의료인간 상호고용을 넘어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게 돼 결국 의료인이 고용인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대기업에 의해 체인화된 의원의 출현이 예견되고 이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민영의료보험의 출현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일선한의사들도 의료의 상업화가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한의계 차원의 강력하고 치밀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의료계는 의료법개정으로 의료의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 의료인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개별단체 차원의 대응보다 지난해 의료법전면개정 당시와 같은 공동대응이 바람직하다는 소리도 높다.

그러나 의료계를 결집시켰던 유사의료조항이 삭제된데다가 전면개정도 아니고, 유인·알선행위 대상이 외국인에 한정돼 범의료계의 공동투쟁을 기대하기 어려워 곤혹스러운 실정이다.
갈수록 가속화되는 의료상업화의 흐름을 의료계가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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