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규 대한한의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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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규 대한한의사협회장
  • 승인 2003.03.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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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한의계 저력 믿는다
전문의 자성의 기회, 협회 · 학회 하나된 모습 기대

한의계의 현대사는 한의학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일제의 한의학 말살정책 망령이 남아 구천을 떠돌고 있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현재 의료시장 동향을 한의학의 최대 위기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의 문제 등 내·외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재규 한의사협회장에게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23일 임총 때 “전문의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최근 발생했던 사건에 한의학이 큰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말하는지?

한의계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급히 대응해야할 사건이 마구 터져 나왔으나 전문의제도 문제로 다소 늦어졌다. 그러나 이 보다는 회원들간의 갈등과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다른 직능단체와 달리 한의계는 정치적 영향력도, 경제적 뒷받침도 매우 빈약하다. 오직 의지할 수 있는 건 전체 한의사의 단합된 힘뿐이었는데 여기에 큰 손상을 입었다.

자신이 속한 직역의 이익 이전에 전체 한의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허물어져 버렸다.

전문의 문제로 인해 한의계가 내부 분열된 것으로 비추어진 상태에서 한의협은 의료제도나 국제적 상황에 힘을 갖고 대응하기 힘들다. 이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가.



WTO DDA를 위시해 의료시장이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 있다. 한의계는 얼마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는가?

한약분쟁 이전부터 한의계가 막아왔던 침구사 문제가 2005년 이후에는 하루아침에 허물어져 버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을 이끌고 있는 복지부가 의료시장 개방을 반대하고 있고, 단체들도 그것을 원한다고 해서 제도가 그대로 되지 않는다.

한의학의 경우 더욱 열세에 놓여 있다. 양방에서 중국에게 산부인과와 성형외과를 개방하라는 요구에 중국은 이에 준해 한방의료시장의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아직 한의사가 UN이 정한 직업코드가 없고, 한의협은 별도의 코드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 개방이 될지는 미지수이나 국내법에 안주했던 지금과는 달리 심한 경쟁을 치러야 할 것
은 분명하다.



국내적으로도 한의계를 어렵게 하는 움직임이 많지 않은가

기능성식품에 이은 천연물의약품의 등장은 한의사에게 치명적 영향을 줄 우려가 높다.

다양한 한약제제를 만들어 내고 연구를 기울이는 것은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주체가 혼동돼 있다. 품목허가를 해 주고, 취급할 수 있는 직능의 한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천연물의약품은 한의학의 영역을 침탈 당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맥문동탕 사건에서 보여지듯이 한약제제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 상황에서는 양의사의 한약제제 사용을 막기 어렵다. 제약업계가 불황을 타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천연물을 내놓았고 여기에 큰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약사들이 동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의협은 한약제제를 일반의약품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약사제도특별위원회에 한의사는 한약분과에 한의협회장 한 사람만 있고, 시민 단체를 제외하고 실무를 이끌어나갈 사람은 전부 양약사다.



93년도 양약사가 한약을 취급하기 위한 일련의 사건과는 달리 현재에 진행되는 의료계 상황은 한의사제도의 존폐문제와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의료시장의 개방 등 국제적 정세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한의계의 역량을 93년과 비교할 때 약화됐다고 생각되는데…

93년도 한약분쟁 때 한의계의 하나된 모습이 많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후 의약분업을 놓고 양의계와 양약계의 분쟁이 한창일 때 우리는 너무 무사안일 했다고 시인할 수밖에 없다.

의약계는 이 상황에서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의료제도발전특위와 약사제도특위 등을 발족시켰고, 제도발전 및 권익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

한 예로 의료제도특위의 의료인력 문제에 대해 의협과 치협은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동결할 것인가 감축할 것인가 아니면 증가해야 할 것인가 아무 것도 연구된 것이 없다.

이러한 무관심이 한의계의 하나될 수 있는 힘을 흐트러 놓았고, 다시 힘을 모으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계획인가?

한의학 학문자체가 비전이 높기 때문에 한의학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한다. 서양의 사조도 동양 철학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현재 국제 무대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앞섰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 한의계에는 우수한 인력이 포진해 있고 이를 활용하면 조만간 중국을 앞설 것이라고 자신한다.

또 현재의 위기 역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위기를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한의협은 현재 한의약의 독자적인 법령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독립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법령의 정비와 함께 임상의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

따라서 학회와 협회에 의해서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고 한의계는 그러한 저력이 있다고 믿는다.

전문의 문제로 인한 내부갈등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가를 인식할 때 이는 자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개원가를 비롯해 일선 한의계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부분은 전문의제도이다. 임시총회에서 대의원들의 결의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난관이 매우 많아 보인다.

개원의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 것은 잘못이다.

제도 개선에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있으나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개원의가 연수교육만 받으면 쉽게 전문의자격을 취득해 다수의 전문의가 배출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라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 개원가에서의 임상경험을 갖고 있는 한의사가 학회가 정한 연수교육을 수료하고 정해놓은 기준에 합격했을 때만 전문의자격은 주어질 것이다.

오히려 8개 과목이 병원의 진료시스템 등 경영을 위한 전문의라는 지적을 고려해 한의학의 원리에 맞고 한의학을 전문화시킬 방안을 도출한다면 이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한의협은 얼마의 전문의가 배출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존 8개 과목에 대한 개원한의사의 응시기회를 보장하고 한의학의 특성에 맞는 전문과목 신설 등 전문의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오히려 이 기회를 계기로 한의협과 한방병협 그리고 학회가 단합된 모습으로 한의학 발전을 위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끝으로 본지를 비롯해 한방을 중심으로 한 의학전문지에 바라고 싶은 것은?

모든 한의계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대는 한의학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호기라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권 수호는 물론 한의학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잘못된 것이 있을 땐 강하게 질타해 주기 바란다. 견제가 없을 땐 독선으로 흐르기 쉽고, 나태해 있을 때는 질책이 필요하다.

한의계와 의학전문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서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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