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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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11)
  • 승인 2008.05.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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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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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베이성 안궈한약시장
안궈(安國)는 예전에 치저우(祁州, 기주)라 불렸다. 베이징·톈진·스자좡(石家庄)을 꼭지점으로 그린 트라이앵글의 중심에 자리한다. 안궈는 ‘藥都’ 또는 ‘天下第一藥市’로 이미 외국에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한약시장은 규모가 크고 한약 가공기술도 정교하여 ‘잡초도 안궈에서는 비로소 약초가 되고, 약초가 치저우를 거치면 효능을 발휘한다(草到安國方成葯,葯經祁州始生香)’라는 칭송의 영예를 얻었다.

안궈 한약은 옛 지명인 치저우에서 유래한 ‘祁’자를 잘 이용하고 있다. 2000년에 기개수(祁芥穗), 기의미(祁薏米), 기사삼(祁沙參), 기국화(祁菊花), 기백지(祁白芷), 기자원(祁紫苑), 기산약(祁山藥), 기화분(祁花粉)을 ‘새 8대기약’으로 부르고, 이들 한약은 허베이성의 우수 한약이 되었다.

동북지방산 인삼, 녹용도 어김없이 진열돼 있다. 시장 내 한 블록 입구에는 인삼 녹용 시장이란 의미의 ‘參茸市’란 표지판이 있다. 듣기에도 참 좋은 이름이다. 한 인삼 전문점의 간판에는 고려삼, 서양삼, 활성삼(活性參), 예품삼(禮品參), 보선삼(保鮮參) 등 다양한 인삼 종류가 쓰여 있다.

안궈 시장 중심지의 넓은 빌딩에 한약상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 1층의 확 트인 광장에 가면 규격화된 사각형 나무상자 안에 가득 담겨 있는 것이 모두 한약이다. 포대에 한약을 담아 놓고 파는 다른 재래 한약시장과는 현대적인 느낌이 다가온다.

필자의 눈을 확 사로잡는 한약이 보인다. 바로 고슴도치의 껍질이었다. 자위피(刺猬皮)라고 적어 놓고 등피부의 가시가 그대로 붙어 있는 채로 껍질을 팔고 있었다. 필자도 처음 보는 약재이다. 한 켠에는 여러가지 거북도 있다. 귀판(龜板), 귀각(龜殼), 별갑((鼈甲)을 상자에 담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또 다른 상점에는 주사(朱砂)가 다양한 용기에 담겨져 있어 상점 전체를 빨갛게 물들여 놓았다. 용골과 용치 그리고 송향(松香), 호박(琥珀), 안식향을 비롯해 산조인, 백두구, 홍경천, 오령지, 천궁, 고본, 창이자, 천마, 사인, 패모 등등 중국 최대의 한약시장답게 수많은 종류의 한약들이 갖춰져 있다.

오후 4시가 되니 다들 진열대 위에 포대를 덮고 그 위로 주인이 앉았던 플라스틱 의자를 얹어 놓고서 사라져 버린다. 썰물처럼 빠져 나가버린 시장 내부를 남은 저녁의 햇살이 어룽거리며 아름다운 파장을 연출하고 있다. <격주 연재>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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