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거 문제, 심도 깊게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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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거 문제, 심도 깊게 대응하라
  • 승인 2008.05.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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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에 ‘한약’이란 동물·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한약제제’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그런데 ‘한방의 원리’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의미하며, ‘한약’과 ‘생약’의 차이는 무엇인가? 양의계에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은 모두 ‘생약’이며 이 ‘생약’이 한방의 원리에 의해 응용될 때 ‘한약’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한의계는 이러한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심각성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생약’은 일반인들이 정확히 인식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 관련 규정에 “‘생약제제’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 제제로서 한방의약적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제제”라고 규정돼 있다.

약사법에 ‘한약’은 ‘의약품’과 나누어 정의돼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의약품’에 포함된다. 그러나 ‘양약’에 대한 개념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고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천연물약’에 대한 개념도 물론 없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한약’ 또는 ‘한약제제’에 속하지 않으면 모두가 양약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식약청이 한약조제용 자하거를 ‘경구용’으로 한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방의 원리’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한 유일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을 볼 때 그간 한의계가 ‘한약’과 ‘생약’ 그리고 ‘한방의 원리’에 얼마나 무관심했고, 무지했나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규정에 의해 정제수나 30%이하의 알코올로 추출했을 때만 ‘한방의 원리’가 투영된 것으로 ‘한약’, ‘한약제제’라고 볼 수 있고 나머지는 ‘생약’이다.

생약제제라고 해도 한의사가 활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약국이나 보험급여를 받는 양방과 가격경쟁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한의사는 경쟁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한의사가 이들과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무기는 ‘조제권’이다. 그러나 자하거와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아무리 ‘조제’라고 해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현대식 최신 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한약제형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자하거 사건은 단순히 약침제제로 계속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의사의 의료권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를 결정지을 사안으로 보다 심도 깊은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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