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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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9)
  • 승인 2008.04.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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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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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성 위저우(禹州) 한약시장
중국 허난(河南)성 중심지인 정저우(鄭州)에서 남쪽으로 70여 km 떨어진 곳에 위저우(禹州)가 있다. 위저우 시내를 들어서니 약성로(藥成路)란 도로이름도 보인다.
처음 찾아가 본다는 기사가 한두번 버스를 돌리더니 전방에 위저우 한약시장이 나타난다. 입구를 알리는 거대한 돌기둥 문에는 위저우 중약재전업시장(禹州中藥材專業市場)이란 큼직한 붉은 색 간판이 붙어 있다. 금은화와 국화 그림을 양각으로 돌기둥에 수를 놓았다.

위저우 한약시장은 중국의 한약 발상지 중의 하나로 신의(神醫) 편작(扁鵲), 의성(醫聖) 장중경(張仲景), 약왕(藥王) 손사막(孫思邈) 등은 모두 일찍이 위저우에서 의술을 행하고 한약을 채집하였으며, ‘약은 위저우의 것이 아니면 향이 없고, 의술은 약왕을 만나지 않으면 오묘함을 알 수 없다’라는 전설이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이 시장의 중심지에는 100세 이상 장수한 것으로 알려진 손사막의 하얀 동상도 서있다.

이 한약시장은 당(唐)에서 비롯되어 明淸시기에 전국 4대 약재 집산지의 하나가 되었다. 1996년 중국의 17개 한약 전문시장의 하나로 우뚝 섰고, 2003년에는 중국의 10개 우수 한약 전문도매시장이 되었다. 3층짜리 건물에 입주한 상점이 2천여개, 취급 한약 2600여종, 종사자는 1만명 이상이라고 시장 입구의 홍보간판에서 설명하고 있다.

시장으로 들어서니 시멘트 바닥에는 푹푹 찌는 여름 햇빛아래 한약 말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입구에 널려 있는 첫 번째 한약이 지황. 아무렇게나 던지듯이 펼쳐 놓은 채로 말리고 있는 중이다. 한쪽에는 지황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삽으로 지황을 떠서 바람에 날리고 있다.
상점 벽에는 익모초를 건조시키려 세워 놓았고 그 옆에는 익모초 전초를 절단하는 기계가 자리 잡고 있다. 시장 광장에서 가장 양이 많은 것이 익모초였다. 시호, 맥문동의 노란색 그리고 익모초의 초록색이 어우러지고 대기 중으로 발산하는 약재들의 향이 배여 있는 이곳 한약시장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큰길 뒤로 돌아갔다. 골목 안 상점에 산뜻하게 제작해둔 한약 간판들이 즐비하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정열적인 빨간 바탕의 나무판에 흰 분필, 또는 분홍색의 문에 빨간 붓글씨로 쓴 한약 이름들이 이채롭다.
모두 다 중국스럽고 활기차고 멋진 홍보물들이다. 붓과 분필로 적어 놓은 수기의 한약 이름들로 가득 찬 이 시장은 플라스틱과 금속이 아직은 침범하지 못한 미답의 지역처럼 보인다.
시장 내 한 상점에서는 통에 물을 넣고 천궁을 불리고 씻고 말린다. 깨끗하게 세척하는 모습이 중국 한약의 발전상을 보는 것 같다. <격주연재>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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