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지급 여론 불구 대상자 없는 한의대도
대학 기초학교실에서 조교는 교수의 연구를 보좌하는 일을 한다. 주로 교수를 도와 실습을 담당한다.
양방의대에서는 조교가 순번으로 근무하는데 비해 한방에서는 전업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큰 대학에는 교실마다 유급조교와 장학조교가 있지만 영세한 대학에는 조교가 적은 실정이다.
한의대의 조교는 특급조교, A급 조교, B급 조교, C급 조교, D급 조교로 나뉜다. 특급조교는 연봉을 책정하여 매월균분 지급한다. A급은 재학중인 대학원의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거나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균분 지급한다.
B급은 재학중인 대학원 등록금의 반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며 C급은 소속 교실의 예산범위내에서 부서장이 정하여 수당을 지급하되 재학중인 대학원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 D급은 무급으로 하는 조교다.
조교지원자가 줄어든다
이는 규모가 크다고 하는 K 한의대의 조교에 대한 처우 규정이다.
그러나 각 기초교실은 2002년 기준으로 한 교실당 한 사람에게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급조교 T.O.는 대학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3년에 1명 정도이고 그나마 등록금만 면제되는 행정조교는 타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기초교실에 한 명만이 한 달에 100여만원씩을 받고, 나머지는 무급으로 일했다고 한다.
작년에 K대 방제학교실에서 특A조교를 했던 L모씨는 “월 100만원을 받아봐야 등록금 460만원을 내고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대학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D 대학은 8개 기초학교실 다 합쳐서 한의대출신자 조교를 3명 뽑아 경혈학교실과 본초학교실 2곳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나머지 교실에는 경영학과 등 한의학과 전혀 상관없는 전공자를 뽑아 행정업무를 맡기고 있다.
실험이 필요한 교실이라도 생물학과 등의 출신자를 임시로 채용하여 쓴다고 한다.
한의대 출신 조교를 채용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 대학 학장은 한숨을 짓는다.
이런 현상은 다른 대학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심해졌다고 말한다. 지원자가 왜 적은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전문의제가 나온 뒤부터 두드러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수될 비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과거에는 신설 한의대라도 있어 교수가 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험지도, 성적처리, 행정업무 등 잡무까지 많아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고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조교가 자기를 희생시켜가면서까지 굳이 근무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조교는 말한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을 희생하려고도 하지 않고 어렵게 공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신규교수요원 양성에 빨간불
한의대에서 조교는 미래의 교수요원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의대의 석박사 학위과정의 학생은 대부분 개원의이고 공부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러므로 공부만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조교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게 한의대 현실인데 절대 숫자가 적어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모 한의대는 비개원 석박사 과정생이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기존교수들도 학업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 한의대의 한 기초학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조교에 대한 처우가 빈약하기 때문에 조교를 모집하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교수요원의 부족으로 이어져 학교에 적극적으로 교수충원을 요구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교수요원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현행 교육제도의 보완이 시급합니다.”
양방이라면 타전공자가 기초교수요원으로 충원되지만 한방은 한의학의 속성상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 중에서 충원해야 하므로 미래의 교수요원 확보 차원에서 조교문제는 조만간 심각한 양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논리가 조교지원 방해
대학은 대학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전임강사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시간강사를 뽑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조교지원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령 시간강사는 한주에 10시간 기준으로 월 100만원, 2학기동안 800만원이면 해결되는 데 비해 전임강사는 최소 연봉 4천만원에 연구실과 부대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므로 교수 한 사람을 충원하는 비용으로 강사 4,5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 학교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강사가 얼마만큼의 편익을 학생들에게 가져다 주었는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교수가 될 수 있는 길을 차단해 조교의 길을 지원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측면도 있다.
더욱이 시간강사는 강의시간을 계약한 것에 불과하므로 주어진 시간내에 지식을 전달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므로 교수와 학생간의 인간적 교류는 생각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대학원생에게도 장학금을
장학금은 대부분 학부생에 지급된다. 장학금은 학생들에 학업의욕을 진작시키는 핵심요건이기도 해 학부생에 장학금을 지급하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조교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정작 장학금이 필요한 사람은 학부생이라기보다 대학원생, 이 중 학업을 전업으로 하는 조교들이라고 말한다.
조교들이 연구활동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지원할 수 있다면 공부에 전념케 할 수 있으며, 공부할 때부터 한의학의 혜택을 받았다는 의식을 불어넣음으로써 그 책임감으로 교수가 된 뒤에도 한의학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K 한의대 기초학교실의 한 교수는 이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장학금을 지급하더라도 단순한 학비보조보다는 생활비 보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공부할 수 있는 실질적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이든 생활비든 정작 장학금을 받을 대상자가 없는 게 한의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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