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캠페인 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②-적정교수 수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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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캠페인 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②-적정교수 수를 확보하라
  • 승인 2003.03.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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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수는 학교 수준의 가늠자
정치·사회적 잣대로 한의대 마구 신설
학교별 불균형 심화, 학생들만 피해 가중

얼마전 모 연구원 발전방안 발표회가 끝난 뒤 뒷풀이 시간에서 나온 얘기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가 “한의학 연구를 하려면 대형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예산을 주지 못해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단체의 상위기관인 모 연구회 사무국장은 이런 말을 했다.

“장비를 설치할 자체 건물이 없는데 정부가 예산을 줄 리가 없지요.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장비구입비를 요구하기 전에 장비를 설치할 건물부터 마련하라는 뜻이다. 그릇이 없는데 어떻게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느냐는 교훈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한의대에도 해당된다. 양질의 한의학 교육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교육여건과 시설 등 양적인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기본이 된 다음에 교육내용을 다듬어나간다면 한의대 바로세우기의 이상적인 순서가 될 것이다.

물론 일이란 상호 맞물려 돌아가므로 어느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양적인 증가가 있어야 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교수 절대 부족

우리나라 한의대는 80년대 후반 들어 우후죽순격으로 신설됐다. 86년부터 92년까지 전체 한의대 11개 중 무려 6개교가 신설된 것이다.
교육역량과 의료수급 등 기술적 측면보다는 사학의 요구를 정치적, 사회적 압력으로 결정한 측면이 강했다. 그 결과 한의대 교육의 질을 가늠하는 첫 번째 요소인 교수요원, 특히 기초교수가 절대 부족하게 돼 많은 한의대는 그 시설이나 교수확보에서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취약해졌다.

전국 11개 한의대 교수는 2001년 기준으로 총 313명(1개교당 평균 28.4명)으로서 기초교수 116명(1개교당 평균 10.5명)에 임상교수 197명(학교당 평균 17.9명)이었다.

특히 4개대는 교수 수가 20명 이하였고, 기초교수가 10명 이하인 대학이 6곳, 임상교수가 10명 이하인 대학은 4곳이나 되었다. 교실별 기초교수로 보면 11개 한의대에 개설된 78개 교실의 교실당 기초교수는 1.5명 정도에 불과했다.

교수 수는 국내 양의대와 비교해서도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다. 양의대의 경우 교수 수는 2000년 5월 현재 41개교에 7천 446명으로 학교당 평균 182명이며 이 가운데 기초교수는 1천 195명으로 학교당 29명, 임상교수는 6천 251명으로 평균 152명에 이른다. 학생수나 교실수의 차이는 있겠으나 교수의 숫자만으로 단순 비교할 때 1개교 당 한의대의 기초교수 수는 양의대의 3분의 1, 임상교수는 9분의 1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수 선발체계 문제 있다

또한 설립된 지 오래된 학교일수록 정교수에 비해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교수요원 양성에 이상이 감지됐다.

A대의 경우 부교수(1명), 조교수(3명), 전임강사(1명)에 비해 정교수 6명이나 되었다. B대의 경우도 부교수(2명), 조교수(2명)에 비해 정교수(12명)가 훨씬 많았다. 이중 A대는 2001년 현재 지난 10년간 기초교수를 5명 충원하였는데 그것도 자연증가라기보다는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형식이었다.

그 결과 500명(예과 1,2, 본 1,2)이 넘는 학생을 13명의 기초교수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메이저 한의대가 기초교수 충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지표라 하겠다. 규모가 작은 후발 대학들도 특별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들 대학과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도 남는다.

1999년 2월에 교육부 교육정책 개발 연구과제로 제출된 한의대 설립준칙안(교육부에서는 아직 준칙으로 확정한 바 없으므로 하나의 의견에 불과함)에 따르면 대학교수들의 의견과 전공별 교수들의 인원과 비율을 고려하여 잠정 정한 바 생리학, 병리학 본초학, 경혈학, 원전학 등의 주요 교실에는 4명씩, 진단학, 방제학, 해부학, 예방의학, 의사학, 외감병학 등의 소수 교실에는 2명의 교수를 최소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준칙안은 한의대 기초교수는 최소한 32명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서 16명의 기초의학교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임상교수는 메이저과목 2명, 마이너과목 1명을 기준으로 최소 26명이 필요하다고 예시했다.

기초교수만을 놓고 볼 때 11개 한의대 중 한의대 설립준칙안에 도달한 대학은 2003년 1월 현재 3개대 정도 안팎에 불과했다. 현재까지 나와있는 자료 중에서 적정교수 수를 산정하는 가장 신뢰성있는 자료가 준칙안이라고 할 때 전체적으로 한의대 교수(특히 기초교수)의 충원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교수 정원 기준 강화를

‘한의대 설립 준칙 개발에 관한 연구’는 한의대 기초한의학 교수요원이 부족한 이유를 △조교-학위과정-군복무-전문분야 연수 등 최소한 10~15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임상의학을 전공한 동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으며 △자리가 한정돼 있고, 학교에서 제대로 임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교수 선임의 정체에 따라 모 대학 안이비인후과는 교수가 정년퇴임해서야 신규 교수를 충원하는 등 교수요원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대부분 대학의 기초교실은 교수 1, 2명으로 버티고 있다. 이들 교수들의 상당수는 학부생을 가르치는 이외에도 대학원 석·박사 강의와 사회교육원 강의까지 맡고 있다.

그 결과 선배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계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업부실로 이어져 피해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 안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한의대 교수들은 교수 선발을 학교 재량에 맡길 수 없다면서 강제적 기준인 준칙안 제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WTO 체제에서의 국내 한의학시장을 거르는 장치로서 한의대 교육평가 기준 제정과 한의대 교육평가 인정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치들이 국내 한의대 교육여건 개선에 얼마만큼 순기능을 할지는 미지수다.

“교수 될 여건 만들라”

학술 풍토 조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많은 인원이 학교에 남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의대와 대학측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의 교수요원인 조교들의 신분과 생활보장 외에도 강의나 연구할 수 있는 기회,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 기초 교수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전임강사의 정기적 채용도 촉구되었다. 체계적인 교수요원 양성계획이 없이는 학교에 남아 교수가 되겠다는 학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의대 교육에 관심있는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의학 교육의 미래가 보여야 한의학의 미래도 보일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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