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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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1)
  • 승인 2003.03.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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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약재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한약장과 약재창고가 사라지고 있다

한의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한약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글은 우리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가 한약재의 품질향상을 위해 1년 간 직거래 등을 펼치며 체험했던 것을 기반으로 한약재 유통의 구조적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놓은 것이다. <편집자 주>

김주영(한의사·우리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사무총장)

글 싣는 순서
1. 한약재가 한의사 손을 떠나고 있다
2. 생산 현장의 한약 재배 실태
3. 의약품 제조인가? 농산물 가공인가?
4. 한약재 문제의 근원인 한약 도매상
5. 한약 문제의 해결을 찾아서(1)
6. 한약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2)


1. 한약재가 한의사 손을 떠나고 있다

요즘 언론을 통해서 한약재의 문제점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 중에서 상당수가 표백제에 오염되어 있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4월에는 KBS 9시 뉴스에서 잔류농약과 중금속에 오염된 한약재가 유통되고 있다고 했다.

2001년 7월에는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수입 한약재가 어떻게 국산으로 둔갑되어 유통되는지가 방송되었고, 조선일보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한약재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하여 환자들을 불안하게 하였다.

계속해서 한약재 문제가 터지다보니 한겨레신문에서는 한약재 문제를 5회 연속 취재하여 해결책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보도는 국민들에게 한약과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초반에는 1년에 유통되는 한약재 도매 규모가 대략 5천억원(녹용 제외)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1년에는 전체 한약재 규모가 홍삼 관련 제품의 절반조차 되지 않는 약 2천500억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되는 이 시대에 한약재 소비량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준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한약을 복용하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한약을 복용할 바에야 홍삼이나 건강 보조 식품을 구입하겠다는 환자들이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약 권하는 한의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이제 일상화되어 버렸다. 어느 원로 한의사 분께서는 “이런 추세로 10년만 더 가면 한약 자체가 불필요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약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 10월에 창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우리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에서는 지난해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하게 되었다.

지난해 7월에 있었던 복지부를 비롯한 4개 부처 합동단속에 앞서 4월에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미리 방문하여 한약 규격품 자율점검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때 서울 강북지역의 상당수 한의원들이 약재창고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약재창고가 없다는 것은 한약 재고를 유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20~30대 한의사의 상당수가 한약을 실질적으로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강북 지역뿐만 아니라 강남구를 비롯한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에서 골고루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었다.

물론 의료시장의 변화로 인해 하루에 40~50명의 침 환자만 진료하더라도 기본 생활에 지장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의사 중에서 한약을 아예 쓰지 않거나, 한약장의 약재가 떨어져야 한 근씩 주문할 정도로 한약(첩약)은 젊은 한의사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의원에 한약을 공급하는 한약 도매상들이 “최악의 불경기”라고 한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의사가 한약을 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한약분쟁을 통해서 약사들로부터 한약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시 한의대 학생들은 2년씩 유급을 당해야 했고, 5천명이 넘는 한의사들이 항의 삭발을 하기도 했다.

물론 한약 분쟁을 한의사들이 한약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만 볼 수는 없지만, “한약 = 한의사”라는 인식과 “한약”이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한약이 점차 한의사의 손을 떠나고 있다. 그것도 외부 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의사의 자발적인 선택에 위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한약 관리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약 관련자들은 모두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 뾰족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저질 한약재를 공급하는 유통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유통업자와 생산자들은 한약재를 잘 모르는 한의사들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또한 한의사들은 국가에 의한 철저한 관리를 주장하지만, 생산자들과 유통업자들은 규제 완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약 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규제를 완화하여 생산자가 직접 만든 한약규격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면 품질을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모 언론에서 보도되었듯이 수입한약재를 국산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업체 중에 상당수 영농조합 등 생산자단체가 포함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의사들은 누가 생산자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언뜻 보면 쉬울 듯 보이지만 파고들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바로 한약재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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