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캠페인-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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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캠페인-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①
  • 승인 2003.03.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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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교육이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

프롤로그, 왜 교육인가?

경기도의 개원 3년째 한의사 김모씨는 진료가 끝나면 가방을 들러메고 바삐 진료실문을 나선다.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리는 한의학 임상강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시간남짓 운전해서 도착한 강의실에는 한의사들이 빼곡히 들어차 수강열기로 넘쳐있었다.

한의계에는 이런 강의 풍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수강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적 지식만으로는 환자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수강이유를 말한다. 학교 다닐 때 달달 외우기만 했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많은 학생들은 할 수 없이 비싼 강의비를 주고 재야 스승에게 매달리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방학이면 한두 달간 강의를 통해 침을 배운다든지, 임상의 대가를 방문하여 임상경험을 전수받는다든지 하는 게 한의대를 다니면서 필수과정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고액과외의 원조가 한의계가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체계성 없는 교육과정

그렇다고 한의대에서 공부를 적게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동양원전부터 서양의학까지 안 배우는 게 없고, 순수 한의학만 하더라도 학설별로 거의 다 섭렵하는 등 공부의 양에서만 비교하면 양의대 교육량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입학성적이 역대 최고이며, 배우는 양이 역대 최고인 한의대생이 졸업해서 환자를 볼 줄 모른다는 것은 거대한 역설이다.

한의대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의학교육의 목적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의학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최저수준 이상 자에게만 면허를 보장하는 제도이므로 기본적인 한의학지식만 가르칠 뿐 고급스런 한의학을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의학 교육과정 자체의 복잡성 탓이라고 말한다. 한의학교육의 기본 시스템인 교양과 기초, 임상 과목이 수미일관되지 못해서 오는 문제들이 많다고 말한다. 교양과목은 전통적인 학문과 자연과학이 혼재되어 있고, 기초는 한방과 양방으로 나눠져 있으며, 기초와 임상은 분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셋째는 한의학교육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기초는 중의학체계를 따르고, 임상은 양방의학체계를 따라 한의학 현실과 괴리를 빚고 있다고 한다. 한의계 현실은 사상의학과 동의보감 체계로 약물을 사용하는데 학교에서는 중의학체계와 양방의학체계를 가르치니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네 번째 문제는 실습의 부재가 심각하게 거론된다. 한의학교육이 아무리 체계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가르친 것에 대한 실습기회만 제대로 주었더라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한의학의 연구와 교육이 주목적인 한의대 부속한방병원은 병원수익사업에 매몰돼 실습기회 창출에 등한히 했다. 일부 임상과목의 경우 교수가 시범을 보이면 학생은 쳐다보기만 한다고 한다. 그래도 규모가 큰 한의대는 구경이라도 하는데 영세한 한의대는 그 정도 조차도 안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한의대에서는 배우는 것이 많아 정보의 양은 넘쳐나는데 비해 이들 정보들을 하나로 꿰지 못함으로써 공교육이 사교육에 자리를 내주는 듯한 양상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대학발전 전략 없어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점을 분석하여 개선해나감이 정상이다. 그러나 대학의 주인이랄 수 있는 교수들은 대학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교수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탓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교실마다 1, 2명의 교수로 구성되어 있어 교수간 분업체계가 형성될 여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적은 교수마저 인사정책의 난맥으로 노교수와 젊은 교수의 역할분담을 방해한다. 어느 과는 해당 교수가 정년퇴임해서야 비로소 신임교수를 뽑았을 정도로 교수체계가 엉성하다. 유고시에만 교수를 뽑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이렇듯 체계성이 없는 교수선발체계로 인해 박사학위 취득자들은 대학에 남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개원해버린다. 기약도 없는 세월을 무작정 버텨내기란 불가능하다. 설사 남았다 하더라도 소신있는 교수는 튕겨져나가 이래저래 대학사회는 무기력증이 더해간다. 답답한 학생들은 한의과대학발전위원회를 구성해서 교수와 회의를 개최해 보지만 대학발전전략이 없어 지지부진할 뿐이다. 어쩌다 학생들이 주도가 돼서 추진해보지만 합의 직전에 일부 교수의 반발로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재원의 부족도 한의대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의대는 거의 모든 재원을 대학본부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양방의 경우 동문회나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부속병원을 통해 재원을 일부 확보하고, 나머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입안하여 공적 자금을 끌어오거나 제약사․의료기업체․병원 등을 통해 교육재원을 유치하지만 한의대는 그럴 의지와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화두는 ‘한의대 교육’

수십년동안 한의계는 내․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재채기’에서 ‘독감’까지 시련이 끊일 날이 없었다. 한의계 성원들은 그때그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대처하곤 했으나 임시방편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동일한 사건이 해마다 되돌이 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근본을 따져보면 한의학 교육과 연구 부족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한의학을 잘 가르켜 한의사들이 환자의 질병을 잘 치료하고, 설명력있게 한의학을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각종 분쟁에 휘말리고 한의학이 전문적 영역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한의대 교육에 내재한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책을 마련한다면 머지 않아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본지는 바로 이 교육과 연구, 그 중에서도 한의대 교육 문제를 올해의 화두로 삼아 집중적인 분석을 시도할 계획이다. (다음호에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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