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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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산울림
  • 승인 2008.02.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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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록그룹 ‘산울림’의 막내이자 드러머인 김창익 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식품회사를 운영하던 고인이 사고 당일 눈이 많이 내리자, 직원들에게 사고 위험이 있으니 지게차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예상치 않게 낮 12시경 물건이 들어오자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직접 지게차를 운행하게 되었고 경사진 길에서 작업 중 지게차가 미끄러지면서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인터넷 음악 동호회 사이트에서 소식을 접하고는, 같은 3형제 그룹으로 30주년 기념 공연도 하며 줄기찬 활동을 벌이다가 막내 모리스 깁이 심장마비로 먼저 세상을 떠난 영국의 ‘비지스’가 떠올라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1996년 그들의 1집부터 12집까지 음반을 묶은 20주년 기념 한정판 박스세트 ‘산울림 The Complete Recordings in 1977-1996’이 발매되었다. 최근 신중현의 음악을 모은 Anthology 박스세트가 발매되었는데, 음반의 소장문화가 전무한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한정수량만 발매한다는 기사를 보고 음반 출시 전부터 단골 음반가게에 예약을 해두었던 기억이 난다.

김창익 님을 추모하면서 오랜만에 산울림의 음반을 1집부터 꺼내 들었다. 거친 기타리프와 소리치듯 부르는 충격적인(?) 첫 소절 “아니 벌써”는 지금 들어도 신선한 자극으로 멍한 머릿속을 깨운다. 산울림의 데뷔음반이 발매된 때가 1977년 12월로, 최헌·최병걸·윤수일 등이 부른 고고리듬의 트로트가 사랑을 받던 시절에 나온 데뷔음반임을 생각하면 그 독창성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발라드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안타까운 마음’, ‘불꽃놀이’, ‘문 좀 열어줘’ 등 수록곡 모두에 전율하게 된다. 민요 아리랑을 이용한 재기발랄한 노래 ‘청자’까지 산울림 1집은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과 함께 필자가 최고의 데뷔음반으로 꼽는 명반이다.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샌드페블스의 ‘나 어떡해’도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의 곡으로 그들의 2집 음반에도 수록되어 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의 3분여의 기타전주는 이후 국내가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소름 끼치도록 충격적인 사운드이고, 구전민요 상여가를 차용한 ‘떠나는 우리 님’에서 그들의 혼(魂)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의 한 음악평론가가 한국 록에 대해 쓴 글에서 한국 록의 시작은 산울림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에게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은 드라마 하얀 거탑의 부원장 역할의 연기자로만 기억할 것이고, 산울림의 노래를 들으며 청춘시절을 보낸 4,50대도 ‘독백’, ‘청춘’, ‘내게 사랑은 너무 써’, ‘회상’ 등 발라드 히트곡만을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잊어버리는 모습이 아쉽다. 향년 50세 한창 때에 일찍 세상을 떠난 故 김창익 님의 명복을 빌면서, 한국 록음악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소망해본다.

김호민
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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