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의계 기관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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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의계 기관별 결산
  • 승인 2003.03.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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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법령 제자리, 총체적 위기 여전

한의계를 이끌어 가는 한의협, 한의학회, 한의학연구원 등 주요 단체와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의 한해 살림은 어떠했을까. 한의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이들 4개 기관․단체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지난 한해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한의협>
험난 파고 속, 과제 산적

한의권을 둘러싼 침탈음모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WTO라는 국제정세와 대선의 혼란을 틈타 2002년은 한의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됐고, 더욱 치열해질 내년을 준비하는 형세를 띠었다. 여기에 내부적 갈등까지 겹쳐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가장 표현이라고 할만하다.

2002년 들어서면서부터 한의계를 비롯한 전체 의료계에 큰 숙제로 밀어닥친 것은 WTO DDA 문제였다.

6월 말까지 진출 요구안을, 내년 3월 말까지 양허안을 내놓아야 할 입장이었지만 의료계 전체는 준비된 것이 전무한 상태였다. 진출요구안의 경우 양방에서 중국에 성형외과와 산부인과를 개방할 것을 요구했고, 중국에서는 한방의료시장의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의협은 진출요구도 양허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하고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일괄 타결방식을 취하는 DDA협상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에도 이 문제는 한의학의 미래와 직결되는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WTO와 함께 2002년을 시작하며 터져 나왔던 것은 양약사의 한약조제에 관한 것이다.

1월 23일 95, 96학번 약대졸업생 1천248명은 한약사 국가시험응시원서 반려처분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에 대해 국시원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응시자격이 부여됐다.

약사들의 한약에 대한 미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약관련 과목 95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한약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현행 법률을 이용해 한약과 양약을 동시에 취급하려는 음모로 비춰지는 약대 6년제 개편이 본격화 됐다.

약대6년제가 교육부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4월 약사법을 개정해 약사학위자에 대한 교육부 등록 삭제를 도모했다. 물론 이같은 시도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9월 공청회를 개최하며 세를 확산시켜나갔다. 약대 6년제는 현재 대부분의 약대가 휴업에 들어가며 이슈화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한의협은 이에 대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저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대선 때마다 나타나는 침구사제도 부활이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침구사제도 부활을 위해 의원발의로 의료법 개정안이 역대국회에서 가장 많은 수인 45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한 이번 개정안은 결국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해 계류됐다. 이 문제가 발생하자 한의계 전체가 들끓었고 한의협은 각계에 침구사제도 부활의 부당성을 알리는 등 의료법 개정 저지를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침과 관련해 얻어낸 것이 있다면 물리치료사의 침 시술행위가 위법(8월 28일)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동네 의원 등에서 행해지고 있는 물리치료사의 침술행위가 지속적으로 감시돼야 할 것이고, 경피자극이라는 이유를 들어 양의사가 행하고 있는 침 행위도 차단돼야 할 것이다.

한편, 침구사와 관련해 수지요법학회가 침구사제도 부활을 공조해 청원입법하기로 해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다.

수지요법학회는 8월 24일과 11월 3일 두차례에 걸쳐 수지침요법사자격시험을 시행했고, 내년 3월에 3회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회를 통과한 기능성식품법이 내년 8월에 가동되고, 기성 한의서에 나와 있는 처방의 경우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시험이 면제되는 등 천연물의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이것이 한의약의 발전과 한의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결국, 한의협은 공보의의 확대 등 부분적으로 이루어낸 성과보다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어 올해 4월 출범한 한의협 안재규 집행진의 고단한 행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민 기자


<연구원>
연구방향 정립 주력

한의계에서 가장 바빴던 단체라고 하면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움직임이 활발했다.

지난 5월 대전 대덕과학단지내 신청사 부지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현재 토목공사가 진행중이다. 2003년에 청사가 완공되면 한의학연구원은 연구인력을 지금보다 2배로 늘리고 각종 연구시설을 보강하게 돼 잘만 하면 발전의 전기가 될 전망이다.

연구원의 외형적 발전과 더불어 내용을 채우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단기와 중장기적으로 연구원의 연구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각종 세미나는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연구기관 중 최하위 성적이라는 현실을 타개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구원의 연구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려는 원대한 포석이 깔려 있다. 특히 대덕으로 이전하기 전에 연구방향을 정립해야 내실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담겨 있다.

연구원의 내실을 다지는 계획의 또 다른 사업 중의 하나가 한의학 임상시험 연구방법론 세미나였다. 올 들어서만 수 차례 열린 이 세미나는 작년에 총론적으로 접근했던 데 비해 올해에는 굉장히 구체성을 띠고 전개되었다. 그 결과 ‘한방임상시험연구회’를 결성시키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한의학연구원의 연구와 경영능력이 향상되어 올해의 기술료 수입이 1억원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기술료는 주로 특허로얄티와 제품개발에 따른 로얄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연구원은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작은 규모에 비해 힘있는 노조가 있고, 한의사연구원과 비한의사연구원간의 조화로운 관계정립도 작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연구원이 이런 문제들을 돌파할 수 있는 리더쉽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데 관건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주어진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연구원의 한계를 타개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원의 사령탑인 고병희 연구원장의 임기가 내년 10월로 만료된다. 후임 원장은 어떤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승진 기자


<한방정책관실>
한계 속 연구사업 활발
중·장기 한방육성대책 수립 주목

전도석 국장에 이어 3월 8일 자로 한방정책관으로 부임한 박헌열 국장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업무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정책관실은 2001년도 복지부 내 자체 평가에서 최하위 성적을 거둔 곳이었기 때문이다.

평가방법이 법령이나 제도적 개선 사항에 중심이 모아지고 정책수립,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다음비중을 차지하다보니 발생된 일일지도 모른다. 복지부내 거의 모든 부서는 관장하는 법률이 있어 집행이 가능하지만 한방정책관실은 전담할 법률이 없다. 그리고 93년에서야 의정국 내 한방의료담당관실로 첫 문을 연 데다 관련단체의 정치적 역량도 미비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의약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나 국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법 제정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올해의 성과로 법률의 개정과 관련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정도가 눈에 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방정책관실이 추진하고 있는 업무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중·장기한방육성대책 수립이다.

과학화·대중화·세계화를 목적으로 하는 종합대책에는 관계당국 및 한의계 그리고 민간에서도 참여하고 있고, 이미 추진과제도 도출돼 있는 상태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공청회를 통해 최종계획을 확정짓는 일이다.

그러나 이 안에는 한방의 육성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 선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시스템과 예산과 인력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의사 전문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방정책관실이 올해 초기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것은 지역보건사업에서 한방의 역할을 강화하는 부분이다. 1월 한방지역 보건산업의 결과를 분석하고 종합 평가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데 이어 공중보건한의사의 편입을 대폭 확대해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소·보건지소에 한방 공보의를 배치했다. 이는 2000년 12월 병역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한약과 관련해서는 고품질의 한약재를 공급하는 방안과 국제표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양질의 국산한약재를 공급하기 위해서 품질인증과 유통경로의 축소 등을 중심으로 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한약이 양방식 기준에 의해 정해지고 있으며, 감시 등 관리 또한 현행 약사법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양약을 기준으로 한 약사법에서 한약을 분리해 내지 못할 경우 한의약의 훼손은 물론 정책관실의 업무에도 한계가 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방정책관실의 업무에는 한약관련 법령 등의 제·개정이 포함돼 있다.

한편, 94년도 의료법 개정으로 마련된 한의사전문의제도에 대해 복지부는 법 제정에 따른 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일반 한의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강행했으나 어떻게 평가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올해 정책관실이 시행한 연구 중 눈에 띠는 것은 표준한약개발연구(4월)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 연구(6월), 의료정책 연구로 뜸(8월)과 한방의료기관 경영실태 및 경영효율화 방안(11월) 그리고 한방의료산업의 해외 시장동향 조사 및 진출 방안 연구(11월) 등이 있다.

이제민 기자


<한의학회>
불협화음 속 사업표류
재정독립과 활성화가 과제

대한한의학회는 임오년을 대단히 좋은 여건에서 출발했다.
올해초 김영석 학회장 재임시 한의협예산 5%를 학회에서 지원받고 회원들은 대한한의학회에서 주관하는 보수교육 1평점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정관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전문의가 436명이 배출돼 인적, 물적 기반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대한한의학회는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학회의 위상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원철 신임 집행부는 이런 여건을 바탕으로 학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했다.

학회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는 관문인 영문학회지의 2회 발간, 학술지의 학술진흥재단 등재지 실현 등을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목표 실현이 불투명한 상태다.

영문학회지는 분과학회의 협조부족으로, 학술지는 전국성과 국제성, 그리고 탈락률의 저조로 연속 등재후보지에 머물러야 했다.

오송국제바이오학술대회 기간 중 ‘한의학과 생명공학’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한의학학술대회는 처음으로 학회가 주관한 행사라는 점에서 회세를 집중했으나 학회의 진행 노하우 부족과 분과학회의 협조 부족, 그리고 일선 한의사의 관성적인 참가자세로 한의협 주관의 학술대회와 차별성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의학회는 대규모 행사 개최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한의학회의 활동은 한의협과의 갈등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전문의시험 문제로 1억 5천여만원되는 한의협지원예산이 동결되자 한의학회의 사업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한의학술용어제정사업을 빼놓고는 대부분의 사업이 보류됐다.

한의표준의료행위개발연구, 학습목표사업, 한방진료지침에 관한 연구, 한의처방 표준화연구, 기초한의학 육성발전에 관한 연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함으로써 피해는 고스란히 한의사가 입게 됐다.

특히 한의협이 요청한 학술자문활동도 무기한 보류함으로써 자문실적이 전년에 비해 현격하게 감소했다.
그로 인해 한의협 회무 또한 차질을 빚었다.
한의협의 예산지원이 중단된 주요 원인은 한의사전문의시험에 있었다.

학회 구성원 대부분이 대학교수와 한방병원 근무자들이어서 전문의시험으로 혜택을 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개원가와 마찰을 빚은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회는 마찰의 주요 원인이 학회 전체라기보다 전문의시험을 보는 8개 학회의 문제라면서 학회와는 깊은 관련이 없다고 차별성을 강조하는 등 개원의와 분과학회 사이에서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한해가 다 가도록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학회 독립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의협과 갈등을 겪으면서 재정적으로 완전 독립해야 한다는 내부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특기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갈수록 한의협 회무에서 학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독립의지는 더욱 고양될 전망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한의학회는 분과학회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바탕으로 분과학회 활성화에 주력할 예정이어서 내년의 화두는 분과학회의 활성화가 될 전망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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