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사법 부활 움직임을 보고(김갑성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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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사법 부활 움직임을 보고(김갑성 학회장)
  • 승인 2003.03.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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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질서 붕괴, 국민건강 위협 행위

‘침구와 한의학은 별개’ 주장은 무지의 소치
‘시장개방 대비 침구사 양성’은 억지 주장

김 갑 성
대한침구학회 회장

최근에 ‘침구의술보급 확대를 위한 의료법 중 개정 법률안 공동 발의안’이란 이름으로 몇몇 국회의원들이 침구사를 양성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 내린 후 우후죽순처럼 자라는 잡초처럼 매년 국회만 열리면 제기되는 침구사법안 추진 문제의 핵심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고민해본다.

침구사법안의 상정은 과거 식민 문화의 잔재로 남아있는 소수의 침구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벌인 결과이다.

마치 침구사의 숫자를 무한정 늘려 놓으면 그것이 국민 건강을 위한 길이요, 침구학의 발전인 양 오도하는 그들의 해괴망측한 논리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의계나 의료계의 현황과 역사성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연구해 보지도 않은 채, 그 법이 통과되었을 때 미칠 국민 건강에 미치는 폐해나 의료질서의 붕괴 등과 같은 사회적 파장은 고민하지 않은 채 청원하고 있는 일부세력의 일방적인 주장만 편드는 매우 무책임한 작태일 뿐이다.

이제 그들의 논리를 종합 분석하면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논리의 허구성을 반박할 수 있다.

1. 침과 뜸은 한의학과는 별개의 분야이므로 한의사가 시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한의사는 한약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므로 따로 침구만을 시술하는 침구사가 필요하다?

침구사들은 침뜸이 한방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데도 정부당국자의 무지로 인해 마치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강제로 빼앗긴 듯 역사를 호도하고 한의사들이 한약에만 치중하므로 침뜸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시술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약이 침뜸에 묻힘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침구술이 퇴보하고 있는 듯이 주장하고 있으나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주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한의학의 출발이 어디부터인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한의학의 출발점은 황제내경이요, 황제내경은 그 자체로 한의학의 정수를 모아놓은 고전인 것은 한의사라면 누구나가 아는 일이고 그 내경이 의약이론의 소문(素問)과 침구이론의 영추(靈樞)인 것은 한의학에 대한 약간의 상식만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의사들이 침구를 한약의 판매보조수단으로 삼는다는 저들의 주장은 의술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식의 소치라 아니할 수 없다.

이처럼 침구학은 한의학과 분리할 수 없는 학문이므로 현재 전국 11개 한의대에서 6년간 한의학 전반 및 침구학 관련과목을 배우고 실습하고 있으며 또한 서양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까지도 일부 습득하여 진정한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2년의 전문학원수준으로 침뜸교육을 하여 침구사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아직도 한의학을 의학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단순기술로 인식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법적으로 40~50명에 불과한 침구사가 전국적으로 40만~50만이라는 숫자의 허구성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그간 어떠한 교육기관에서 무슨 교육을 어떻게 받았으며 어떠한 검증을 거쳐 40~50만이라는 침구사가 양성되었단 말인가?

모 침구사는 침과 뜸은 인류최초의 의술이고 원시의학이므로 침은 일자무식이라도 잘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의 경험으로 그러하다면 또는 본인이 그런 수준이라면 한의사의 수준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의 한의학과 한의학을 배우는 학생들, 각 병원의 전문 수련의의 자질과 수준은 세계적인 시설과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것을 모르는 침구사들은 아직도 한의사의 수준이나 한의학의 수준이 과거 일제시대의 저급한 수준정도로 착각하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침과 뜸이 원시의학이라는 문제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그것은 침과 뜸의 도구와 방법이 원시시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지 질병이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침과 뜸이 질병치료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어떤 질병이 어떤 원인에서 오며 향후 어떻게 진행하는지 또 어떤 처치가 더 필요할지 등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침을 찌르고 뜸을 뜨기 이전에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인 것이다. 바로 이런 것도 모르고 침을 놓고 뜸을 뜨는 사람들을 의료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해 둔 것이다.

2. 국제적으로 침구의술이 치료효과를 인정받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므로 의료시장개방에 대비해 침구전문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현재 한의학계에서는 국내외 학술대회를 유치하거나 참석하고 각 대학의 침구학 교수들은 해외의 침구학술대회에 참석하여 해외교류를 통해 우리 침구의술의 수준을 알리고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침구의술이 효과를 인정받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러한 사실이 침구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될 수 없으며 침구의술을 활용하는 모든 나라에서도 정규의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에 한해서만 침구의술을 시술할 수 있게 규정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바로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의료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국민보건을 향상하기 위해 일찍이 침구사를 없애고 침구전문의제도를 마련하여 현재 90명이 수련 중에 있으며, 매년 약 30명씩 배출될 예정이다. 게다가 국가에서 침구의술의 효용성과 역할을 인정하여 현재 400명의 한의사가 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지역 보건의료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침구의술의 보급을 확대한다는 침구사법 부활 기도는 현실을 도외시한 명백한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해외의료시장개방이 침구사 양성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로 의료시장개방이라는 것은 의료인들의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지 불과 1년 혹은 2년의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질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우리 국민들의 몸을 담보로 시술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면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보건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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