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민 특파원 중국현지 취재 1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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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민 특파원 중국현지 취재 1信
  • 승인 2003.03.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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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공략 준비는 끝났다

사진설명 - ① 양산목단의 꽃, ② 일반 화훼용으로 기른 목단의 뿌리, ③ 약용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연구돼 있는 양산목단의 뿌리 ④ 1천2백만평에 이르는 중국 산동성 하택시의 목단 재배지역

1주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중국의 드넓은 지역을 바라보며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말은 ‘무엇을 할 것인가’란 명제였다.

이미 구 소련이 붕괴해 낡은 책제목으로 전락해 버렸고, 공산주의 혁명을 이끈 이론으로 한의약산업을 여기에 끌어다 붙이는 것은 억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중국 한의약관련 산업을 볼 때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말이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의 저자 레닌은 러시아의 자본주의를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했고, 이 저서를 통해 전략과 전술을 정리해 냈었다.

WTO를 통해 국내 한의약시장의 개방이 가시화되고 있다. 엄청난 자원을 보유한 중국의 중의약과 대결해 우리의 한의약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의학을 비롯한 국내·외 한의약관련 상황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판단해 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러나 보자

합자나 수매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취재를 목적으로 한 외국인의 방문은 허용할 수 없다는 중국 내 최대의 중성약 제조업체인 天津天士力國際貿易公司를 텐진 방송국의 중재로 어렵게 둘러보고 산동성의 한약재 재배 실태 및 우리나라 공정서에는 수재돼 있지 않지만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약재인 阿膠를 만드는 과정을 보기 위해 산동성으로 향했다.

중국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발전했으랴 하는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 기자에게 天津天士力國際貿易公司는 엄청난 규모와 현대화 시설을 자랑이나 하듯 내보여 기를 죽이더니 끝없이 펼쳐진 중국 대륙은 한 수 더 뜨는 듯하다.

天津에서 산동성 濟南시로 향했다.

허담 원장(대구 태을양생한의원)과 기자를 안내한 동우당제약의 중국 현지 대표 도재겸 사장이 ‘가깝다’라고 했는데 고속버스로 무려 4시간 남짓 걸린다. 제남시에서는 근처라고 했는데 택시를 타고 1시간이나 걸린 곳도 있다.

중국을 첫 방문한 기자는 호기심에 들떠 창 밖의 정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논과 밭이 있고, 산이 있고, 강이 있고, 정겨운 우리 농촌에 눈이 익숙해져 있는 기자에게 양쪽 차창으로 산은 하나 없이 지평선만 보이는 중국의 대륙은 말 그대로 웅대하다.

그런데 한참 창 밖을 내다보고있자니 오기가 난다.

“언제까지 이러나 보자!”

아득히라도 산은 하나도 보이지도 않은 채 언제까지 밭으로만 이어질 것인가 말이다.

그러나 끝내 산은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고 어느덧 제남시에 들어와 버렸다. 허담 원장은 이렇게 끝없는 평야는 천산까지 이어지고 흑룡강성은 이보다 더하다고 말한다. “흑룡강성에서 인삼을 조금 재배하고 하고 있다고 해서 한 번 가 보았더니 우리나라 금산보다 규모가 컸다”고 들려준다.

이 끝없는 밭에 한약재가 재배된다고 했을 때 우리의 한약재가 갈 곳은 어디일까?

수확품 陽山牧丹

다음날 우리 일행은 산동 하澤市의 작약과 목단의 대규모 재배지역으로 들어갔다.

하澤建國牧丹園藝有限公司의 관리 하에 목단을 주로 재배하고 있는 이곳엔 약 5만畝(1무는 240평)의 광활한 단지가 조성돼 있다.

목단은 중국 하남성 낙양이 원산지였지만 지금은 이곳, 산동성 하택시가 더 유명하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인의 경우 모란꽃을 특별히 생각하고 있어 이곳은 약용보다 화훼를 위해 목단을 재배하고 있고, 이곳에서 자란 목단은 세계 각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그래서 새로 개발된 품종 등을 합해 현재 목단의 품종은 1천 여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 약으로 사용해야 할 목단은 어떤 품종일까?

대한약전에 목단피에 대한 정의는 “이 약은 모란 Paeonia suffruticosa Andrews(모란과 Paeoniaceae)의 뿌리껍질이다”라고 돼있다. 그럼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전부 Paeonia suffruticosa일까? 모 한의대 본초학 C교수는 현재 유통 중인 목단피는 백작약과 같이 어떤 품종인지 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약용 목단피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곳 관계자는 한권의 중의약 연구서를 내 놓으며 중국 전통적으로 약으로 사용한 목단피는 풍단, 陽山牧 丹임을 알려 준다. 양산목단은 병충해에 강하고 뿌리가 짧고 굵어 다른 품종의 생장을 위해 접붙이기용으로 사용되고있다.

허담 원장은 이 양산목단 한 뿌리를 국내의 연구기관에 넘겨 잔류농약이나 중금속 등의 검사를 의뢰한 후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철저한 관리를 병행해 무농약 무비료의 자연 상태와 가까운 상황에서 자란 목단피를 우리나라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얻은 가시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GAP 결합한 대단위 농장

어떤 농약을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허 원장의 질문에 이곳 관계자는 사무실 한 구석에서 이 농약 저 농약을 꺼내 놓는다.

이곳 관리자는 “이곳은 화훼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농약을 치고 있지만 약용으로 작물을 키우고 있는 곳에서는 아무 농약이나 농부 마음대로 치지 못한다”고 했다.

즉, GAP(우수한약재생산규범)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말이다.

기자가 본 하택시의 목단 집단재배지역 이외에도 약용을 주목적으로 하는 내몽고의 감초, 흑룡강성의 패모, 절강성의 작약·맥문동·원호, 사천성의 후박, 운남성의 목향, 하북성의 백자인 등 많은 약재들이 집단화돼 재배되고 있다.

여기에 GAP규범이 제대로 접목될 경우 중국 한약재의 위상은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을 것 같다.

애국심 호소는 지났다

중국은 우리나라 재벌보다 더 큰 갑부와 빈민,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는 사회다.

한약재 역시 최상품과 저질품, 규격화되고 철저한 관리 아래 재배 생산되는 약재와 그렇지 못한 약재가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중성약 제조업체의 규모나 시설 그리고 인력면에서 볼 때 중국은 중의약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한약재 생산이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그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중국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시간을 조금 얻은 셈이다.

이 짧은 시간 내에 우리나라의 한약재는 중국산 한약재와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레닌의 명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인 것이다.

국산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 중국을 보고 온 기자의 솔직한 느낌이다. 수급조절제도 등의 온상속에 자란 우리 한약재를 비롯한 농산물이 중국산과 경쟁했을 때 과연 얼마나 버티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중국보다 더 우수한 여건 속에 한약재를 비롯한 농산물을 생산해 내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길만이 우리 한약재, 농산물이 살길이고, 한의사도 살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한약공정서에만 맞으면 그만인 우리한약재 살리기 운동,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왔다.

< 계 속 >

중국 산동=이제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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