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패러다임, 그리고 21세기의 고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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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패러다임, 그리고 21세기의 고민(2)
  • 승인 2008.0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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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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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흐르는 밤(하) ■

사실 이라크는 우리에겐 낯설고 생소한 곳이다. 1990년의 걸프전으로 인해서 우리에게 조금 알려졌었는데, 그때는 후세인이 이라크 남쪽에 있는 자그마한 국가인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에 대해서 미국과 유럽국가가 연합하여 격퇴시킨 것이었다.
물론 당시 이라크의 침공 명분은 ‘원래 쿠웨이트는 이라크의 땅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2003년에는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게 된다.

이라크, 특히 남부지방인 나시리아(이곳에 제마병원이 위치해 있었음)에 가서 놀란 것은 의외로 후세인을 싫어하는 이라크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중에 사연을 들어본 즉, 원래 후세인은 이라크 전체 국민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부지역의 수니파 쪽 사람으로서 장기집권을 했기 때문에 남부지방의 시아파(이라크 국민의 60%)와 북부 지방의 쿠르드족(이라크 국민의 20%) 사람들이 싫어했다는 것이다. 후세인이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피폐해졌고 쿠르드족과 시아파 사람들은 탄압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실제 나시리아의 제마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온 이라크 국민들을 보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마병원에는 이라크 환자들과 우리 한국군 의료진 사이에 통역을 담당하는 현지인 통역관들 여러 명 있었다.
물론 이 통역관들은 이라크 말을 우리들에게 영어로 전하였는데, 그 현지인 통역관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는 후세인이 독재자이기 때문에 싫다’라는 것과 ‘미군이 후세인을 제거해준 것은 고맙지만,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크고, 외국군에 의해서 장기간 지배당하는 것도 싫다’는 것이었다. 약간은 양면적인(?)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또 하는 이야기가 나시리아에서 제일 인기 있는 외국군은 ‘한국군’이고 제일 싫어하는 외국군은 ‘이탈리아군’이다.
왜 그런가 하면 한국군은 제마병원에서 이라크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고, 서희부대가 학교를 지어주고 도로를 보수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 군인들 중에는 풍기문란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보수적인 이 지역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교체하기 전 1년 동안 먼저 고생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던 제마병원과 서희부대 장병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방송에서 가끔 보는 해외 관광 중의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이미지가 이곳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아니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먼저 파병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보니 맨 처음 1진으로 이곳 나시리아에 온 제마병원 부대원들은 처음에는 숙소가 없어서(들어와서 숙소를 준비해야 했으므로) 그냥 사막의 맨 땅에서 침낭을 깔고 잤다고 한다.

순간 섬뜩함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이라크에 오기 전에 받았던 파병교육 중 사막의 독충들(전갈, 거미 등)과 레슈마니아(leishmaniasis: 피부에 보기 싫은 흉터를 남김)를 유발하는 모래파리를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이 잠복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 없이 대민진료와 건설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군의 정성에 대한 하늘의 도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이라크 환자들을 치료해 준 것이 현지의 이라크 국민들이 점령군의 위치에 있는 한국군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게 해 준 동기가 아닐까 한다.

전쟁은 어쩔 수 없이 보통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걸프전 이래로 이라크에 기형아가 많이 태어나고, 많은 공습과 폭격, 그리고 폭발물에 의한 화재 등으로 어린아이와 여성, 노약자들 중에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
제마병원에도 폭발물에 의해서 화상을 입은 어린 소녀가 있었다. 일반외과로 입원했었는데, 화상부위를 드레싱(상처치료)할 때마다 크게 울었던 가여운 아이였다. 왜 이런 어여쁜 아이들에게 그렇게 큰 고통이 있어야 하는지, 대답 없는 질문이 떠오르게 하였다.

오늘은 1월 28일이다. 1+2+8=11이고 이것을 6으로 나누면 ‘5’가 남으니, 다섯 번째 효(爻)가 동(動)하여 지난 회의 중지곤(重地坤)괘가 수지비(水地比)가 된다.
비(比)는 도우는 것(輔)이되, 믿음을 갖고 도우면(有孚比之) 내부에서도 도와줄 것뿐만 아니라(比之自內), 외부에서도 도움을 줄 것이니(外比於賢), 도움을 꺼리는 사람은 그냥 두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도와주면(舍逆取順) 그 지역의 사람들이 경계치 아니할 것이라(邑人不誡) 하였다.
이라크에서도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마나 줄 수 있다는 것이 매일 밤마다 찾아오는 이국땅에서의 고달픔을 잊게 하는 큰 힘이 되곤 하였다. <격주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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