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감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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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감별,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03.03.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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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감별은 신중해야 한다”

“음식표는 환자관리와 치료에 도움안돼”


류주열 원장 사상의학 강의에서 강조

체질과 체질감별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원마다 사상체질이 다르게 나온다하여 한때 TV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등장해 한의학과 한의사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한 적이 있는가 하면 ‘체질’이라는 용어자체에 대한 일부의 논쟁도 있었다. 체질에 관한 서적도 수십종이 나와 더욱 혼란케 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의 무분별한 체질감별 행태는 바로 잡아져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민족의학신문사 부설 임상연구회가 주관하고 있는 ‘사상의학 대강좌’(7월13일부터 10월 19일까지 12회 강의)의 강사인 류주열 원장(대구 동성한의원)의 강의를 통해 체질감별의 문제점을 정리해 본다.


류 원장은 체질감별을 해주는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로 다음 네가지를 들었다.

첫째 환자관리가 안된다는 점이다.

사상의학은 예방의학으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질병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는 학문이다. 체질감별을 받은 환자는 체질감별 환자만을 소개하는 경향이 높다. 또한 치료를 하면서 환자의 생활상태, 정신적 문제, 음식 등을 함께 지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체질감별만 하고 끝나버리므로 환자관리가 전혀 안된다.

둘째 치료가 안된다는 점이다.

질병치료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식이요법을 포함한 모든 자가치료는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관리가 필요하다. 혼자서 체질대로 음식을 가리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며 장기간 음식을 가려 잘못 되었을 때 중단하게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교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함으로써 피해가 클 수 있다.

대부분 한의사의 지도관리가 없으면 한두달 하다 만다. 장기간 음식을 가리더라도 질병이 완고하거나 심한 경우 음식만으로 치료가 되기 어렵다. 체질만 감별하고 음식표를 준다는 것은 본의 아니게 한번 음식표를 주고는 나몰라하는 식이 되므로 한의사로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학문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의학은 질병을 상대로 싸우면서 발전하는데 체질진단만 해주면 약물로 질병을 치료할 기회가 없어지므로 학문발전에 저해가 된다. 고작 체질진단을 위해 사상의학이 존재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일반인에게는 사상의학이 체질을 진단하고 음식이나 가려주는 정도의 학문으로 알려져 있다. 사상의학의 장점인 약물치료는 도외시되고 있는 것이다. 체질진단만 하는 경우는 사상의학 학문발전에 절대적으로 장애가 된다. 체질진단만 하려면 사상의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거나 공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넷째는 장래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식표를 준 후 몇 년 지나서 환자가 병에 걸려서 오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한다. 그 사람이 음식을 가렸든 가리지 않았든 그때 준 음식표를 가지고 와서 “이대로 시행한 후 이렇게 병에 걸렸다”라고 떼를 쓰면 어떻게 할 뚜렷한 방도가 없는 것이다.

류 원장은 “질병이 있으면 음식표를 줄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체질감별은 해주지 말아야 한다. 체질을 꼭 알고 싶어하면 음식은 반드시 치료시에만 한시적으로 가리게 하고 평소에는 골고루 먹게 해야 한다. 장기간 가리는 경우 반드시 한의사의 지도와 점검을 수시로 받아야 한다고 환자에게 일러줘야 한다. 이것은 환자는 물론 한의사 자신에게도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체질감별로 인해서 문제가 되는 것으로 한의사간의 불협화음도 있을 수 있다. 사상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한의사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체질에 대해 문의를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사실이며 이로인해 사상의학 전공 한의사와 비전공 한의사간에 약간의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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