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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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3)
  • 승인 2008.01.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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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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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야마(富山) 한약자료관
일본에서 한약산업의 전통과 물자거래가 예전부터 가장 발달한 지역이 도야마(富山)현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구 약령시와 견줄 수 있을 만큼 가정상비약뿐 아니라 제약산업의 중심지로 첫 손가락을 꼽는 지역이다. 이 지역 산업은 에도시대부터 발전한 매약업을 빼고는 말할게 없을 정도라고 한다.

도야마현은 일본열도의 거의 중앙부에 위치한다. 해발 3천미터급의 잇다른 다테야마(立山) 봉우리 속에 수심 1천미터가 넘는 도야마만을 품고 있는 천혜의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2번째로 높은 다테야마산은 그들에게 신성을 전한다. 다테야마산의 雨露와 정기로 잉태한 신앙을 전파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장기간 여행의 필수품으로 도야마에서 생산한 쑥, 용담, 황련, 웅담 등의 한약을 상비하였다. 신세진 여관이나 숙식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한약들은 요긴한 답례품이 되었다.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이런 약들이 상업적으로 발전하고 도야마의 주요 산업으로 대를 이으며 현재의 명성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도야마의 2대 번주인 마에다 마사도시(前田正甫)는 약업분야에도 흥미를 갖고 스스로 한약을 제조하였다. 도야마 약재상의 시작은 마에다 번주의 약에 관한 취미 활동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야마의 약재상들이 전국으로 판로를 넓혀 도야마의 중심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약재상들은 오랜 세월 동안 발군의 노력을 쏟아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힘들게 쌓은 신용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약 종자들을 품질 제일주의로 보전했다.
그들은 일본사람 특유의 상인정신으로 약의 채집과 재배, 제약은 물론 약의 유통에까지 변함없이 신용을 지켰고, 결과적으로 관과 민이 모두 첫 손가락을 꼽는 ‘도야마 한약’으로 애용되기에 이른다.

1690년부터 약판매 행상에 나선 도야마의 약 60년간 시기를 ‘한약 한곤탄(反魂丹)의 시대’라고 부른다. 한곤탄은 사향, 견우자, 지실, 황금, 연교, 대황, 감초, 웅담 등 23종류의 한약이 들어가는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한약제제이다. 이 시기에 2천명이나 되는 약판매 행상인들이 한곤탄을 비롯한 도야마산 한약을 팔기 위해 일본 전국 곳곳을 방문했다. 이 약재상인들의 수입은 도야마 전체수입의 15%에 해당했다고 한다.
도야마시 민속민예촌에 위치한 한약전시관인 ‘매약자료관(賣藥資料館)’에는 예전에 개발한 이런 한약제제와 약판매상들의 행상모습과 관련자료들이 잘 보관되어 있어 일본 한약산업의 발전상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이중 매약장부는 그들의 독특한 후불제 결재 방식을 보여준다. 즉 한약 판매상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 가정에 가정상비약을 먼저 비치해 준다. 다음해 가정을 방문해서 사용한 한약만큼 돈을 받은 후, 다시 사용한 한약 상비약을 채워준다. 이 같은 유통방식으로 거래를 이어가며 매약산업을 넓혀갔다. 사용하는 만큼 돈을 내고 약을 사러 가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합리적이고 대단히 편리 하였으리라. 전시관에 비치된 한 매약 장부에는 ‘메이지 33년 11월 15일에 방문, 사용된 매약의 대금이 30전, 작년부터 대금의 거스름돈과 맞추어서, 46전 9리 중에서 30전을 받았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그들만의 한약 판매방식은 ‘선용후리(先用後利)’란 용어로 통일되어 도야마의 한약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 정보 ★
- 민속민예촌 : 한약전시관을 비롯 민예관, 도예관, 다카무라규진 기념관, 흙 인형 공방 등이 모여있음.
- 전화 : (076)433-8270
- 위치 : 도야마 역에서 버스로 안요보 정류소에서 하차 후 도보로 10분 또는 역에서 택시로 10분 소요
- 입장료 : 630엔(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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