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의료봉사 참가기(下)
상태바
베트남 의료봉사 참가기(下)
  • 승인 2003.03.18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한의학의 손길로 2천 9백명 어루만져

김완영(KOMSTA 단원, 부산삼정한의원)

◆진료 둘째 날

11:30 am 오전 진료 300명을 마치고 바닷가에서 식사.
공식행사로 보낸 시간이 절약되고 진료가 익숙해지니 환자를 보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3:00 pm 3일만에 비가 내린다. 빗줄기 속에 마을이 어렴풋하고 그 속을 달리는 자전거가 시원하다.
추나를 하는 중에 지나친 염분소실로 인한 아득함이 있었다. 미리 식당에서 소금을 챙긴다고 하면서 깜박한 내 불찰이다.
추나에 대해 현지 병원의료진이 관심을 보인다. 한 여의사는 자기 허리를 부탁한다면서 강영성 원장을 찾았다.


◆진료 셋째 날

듣기로 베트남이 우리나라와 수교할 때 전쟁배상금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싸운 전쟁이 아니므로 공식적인 배상금을 줄 수는 없고 대신에 일정정도의 사회간접자본에 원조를 약속했다고 한다.

특히 다낭은 청룡부대의 중심주둔지로 격전지여서 민간을 포함해 양쪽의 피해가 컸던 곳이라고 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도 이곳에 40여개의 학교와 다섯 곳의 병원 건설을 지원하고 있으며 KOMSTA의 봉사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도 현지민에 대한 우리의 성의를 표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연유를 듣고부터 더욱 성심껏 진료하고 행동도 조심해야겠다고 서로 다짐했다.

오후에 현지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왔단다. 다른 치료와 달리 추나는 여러 가지 ‘액션’이 있어 현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진료 넷째 날

오전 진료 중에 성의 보건국장이 시찰을 나왔다. 일단 밀려드는 환자들을 ‘쳐내는’ 것이 더 중요했으므로 꼼꼼히 추나를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우리의 다양한 진료방식에 관심을 가진 듯 주위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 병원관계자들이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약재와 약침액, 외과용 연고제제, 습포제, 뜸이 모두 한약재로 만들었음을 설명했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보건국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보건국장이 점심을 내고 싶다고 하여 우리가 늘 가는 그 바닷가 식당으로 갔고, 늘 먹던 메뉴로 식사를 하면서 몇 차례의 건배가 있었다.

오후진료는 예진에서 마감을 두 번이나 연장하면서 몰려든 사람들을 다 받았다. 현지민 자원봉사자들과 통역들이 그만 받자는 말까지 나왔지만, 예진을 맡은 신동민 원장은 기다리던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조금 더 힘쓰면 될 것을 어찌 멀리서 찾아온 이들을 돌려보내겠느냐는 말에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현지 병원 직원들이 기록한 초진환자 수는 2천189명으로 재진환자를 포함해 총 2천91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진료를 마치고 나자 서둘러 정리에 들어갔다. 진료 후 남은 의료 물품을 모아 병원에 넘겨주고, 쓰레기를 거두고, 플랑카드를 내리고, 상병명에 따라 챠트를 재분류했다.

그사이 준비한 선물들을 현지 자원봉사자들에게 나눠주었다. 무사히 마친 진료를 감사하며 큰 박수로 서로 축하했다.


◆의료봉사 평가회

△채수양(서울 현대한의원)= 삶이 끝날 때까지 사랑을 나누는 이런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봉사에 ‘해마다’ 참가하겠다.
△박종수(마산 태봉병원)= 국내의 의료봉사활동하고는 또 다른 면이 있었다.
△김지권(서울 다산한의원)=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오니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난히 넘긴 것은 단원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단원들 간에 서로 돌보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고마웠다.
△이상운(경기 광진한의원)=서로 신뢰하고 근면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박인기(서울 성수당한의원)=국내에서도 자주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번은 특별히 힘들었다. 그래도 베트남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완영(부산 삼정한의원)=KOMSTA라는 시스템의 위력을 실감했다. 현지민들이 보여준 사랑에 감사한다.
△신동민(마산 국제한의원)=고생을 작정하고 왔기에 힘들어도 괜찮았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나타난 행정적인 착오는 다음에 보완해주면 좋겠다. 특히 단원들에게 현지민에 대한 바른 태도를 갖도록 철저한 교육을 해야할 것이다.
△윤일지(대전대 청주한방병원)=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
△강영성(김해 수성한의원)=연로하신 선배님의 적극적 동참과 분위기 조율에 감사드린다. 여자 혼자 왔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려 준 윤일지 교수에게도 감사한다.
△김여환(마산 인수한의원)= 주위의 권유로 처음 나왔는데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관광지에서 낙오했을 때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자 애쓴 주위의 모든 현지민들에게 감사한다.
△이성구(보건복지부 한방의료실)=초진중심의 진료가 진행되면서 지속적 치료가 중심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가령 다리를 끌던 환자가 3진을 받으면서 나중에는 직접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 한방의 힘을 느꼈다. 정부 차원에서 의료지원을 제의해도 거절하던 베트남이 지방의 인민위원회에서 직접 한방의료지원을 요청하겠다는 것을 보고 우리가 가진 귀한 한의학이 국내에서는 정책적으로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함을 느꼈다. 한의학을 현장에서 느낀 귀한 기회가 됐다.
△안동원(KOICA 소장)=수교 후 베트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부지역은 낙후된 곳으로 학교와 병원 건립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수교시의 전쟁보상금 요구를 거부한 대신에 인도적 차원에서 우리가 원조하는 것이다. 한국의 NGO-250개 중에 현지에 온 것은 KOMSTA가 유일하다. 어려운 지역에 투입되어 힘들었겠지만 역사적 상처를 안고 사는 현지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신현기 진료부장(서울 경락한의원)=의료인 비의료인 모두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한다.
매일 매일의 반성회와 Case study, Conference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병직 단장(마산 이병직한의원) 총평=의료봉사 뒤에는 너무 지쳐 다시는 안 간다는 사람과 마약과 같아서 자꾸 가고싶어하는 경우로 나뉜다. 봉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자기 자신이 될 것이다. 참여한 모두에게 경의를 바친다. <무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