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평강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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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 평강식물원
  • 승인 2003.03.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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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와 한약재가 함께 할 수 있는 곳

한의계 위한 체험학습장 마련, 원하는 품목 직접 재배도

한 한의사가 식물원을 준비하고 있다기에 휴일을 틈타 직접 찾아 나섰다.

MT 장소나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장소로 잘 알려진 산정호수 입구 매표소를 약 200m 지나자 오른쪽에 방금 놓여진 듯한 조그맣고 예쁜 다리가 하나가 보이고(식물원에 간다고 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차를 타고 이 길로 조금 올라가면 평강식물원(원장 이환용·서울 평강한의원장)이 나온다.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고, 어느 계곡에서나 보여지는 천막으로 만든 그늘 막이 눈에 띄어 좋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극히 양반인 듯 싶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식물원을 올라가는 곳 반대편에는 지어진 지 얼마 안돼 보이는 민박촌도 자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식물원이 관광지로 크게 평가받을 만큼은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꽃과 나무들을 예쁘게 가꿔놓고, 휴양시설만 잘 갖추면 그런 대로 방문객이 찾을 듯 싶다.

바위투성이 부지는 식물의 고향

그러나 식물원의 전경을 보고 또 설명을 듣는 순간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식물원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2005년 개장을 목표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고, 공들여 조성해 놓았을 풀이며 나무들도 크게 자라지 못해 우리 동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나무들이 아니면 썰렁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사무실과 숙소 바로 위로 보여지는 황량함이다. 다른 곳 같았으면 잔디와 조경수로 치장했어야 할 곳이 돌 투성이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식물원의 설명을 듣는 순간 사라졌다.

황량한 바위투성이 언덕은 고산식물과 바위에 붙어 사는 고지대의 다육식물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돌의 크기와 모양에서부터부터 어떠한 방향으로 놓여져야 할 것인가를 고려해 만든 암석원과 고산습지원이다.

암석원은 유공관을 설치하였고 깊이 50m 이상에 자갈, 쇄석, 마사 등을 이용해 배수층을 확보했다. 이렇게 조성한 토양에 소동산과 폭포 및 연못 등이 만들어져 있다. 식물들에서 자신이 살았던 곳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위엔 이곳에서 자랄 수 있는 온갖 한약재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조르륵 구멍이 나 물이 채워진 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가지고 온 연꽃들이 싹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루미천남성 삼백초 창포…

이환용 원장이 식물원을 만들게 된 동기는 어린 시절 뛰어 놀던 앞동산, 지금은 개발에 사라진 앞동산을 꿈꾸며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램에서였다. 여기에 늘 약초를 가까이하는 한의사라는 직업이 약용식물의 연구와 보존에 정열을 기울이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식물분류 전문가인 김봉찬 소장의 자문을 얻어 마련한 포천의 1만7천여평의 부지는 지형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고산지대에 호수가 형성돼 있듯이 땅을 파면 어디나 샘물이 나온다.

또 식물원의 전방부분은 오목한 구릉지 형태여서 홍수 등에 작물이 훼손될 우려가 적어 식물원 부지로는 아주 적격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1천800여평에 2천여종의 암석식물을 전시할 계획인 암석원에는 현재 황금, 들쑥, 등대시호, 두메양귀비, 비로용담, 만병초 등의 한약재를 포함한 약 300여종이 심겨져 있거나 일부는 온실에서 싹을 키우며 암석원의 한 자리를 차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봉찬 소장은 “한라산과 백두산을 비롯해 세계각처의 고산식물을 수집·전시할 수 있어 국내의 다양한 식물유전자원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또 식물원을 대표할 수 있는 고산습지원은 고층습지원과 더불어 계류 및 연못으로 조성, 현재 호랑버들 오리나무 물박달나무 꼬리조팝나무 등 목본 식물과 황새풀 큰방울새란 기장대풀 등이 식재돼 있다. 여기에도 두루미천남성, 삼백초, 투구꽃, 고추냉이, 창포, 양모밀 등의 한약재가 조그맣게 싹을 내밀고 있다.

이밖에도 야생화 전시장인 ‘들풀원’, ‘초롱꽃원’, 그리고 수련류와 꽃창포류, 앵초류가 서식하고 있는 습지원 등이 한창 조성중이며 일부 식물은 서식돼 뿌리를 내리고 있다.

300여종 한약재가 한곳에

그러나 본초에 관심이 많은 기자의 눈길을 끄는 곳은 약초류가 전시된 약초원이었다.

온산에 자라는 모든 나무와 풀들이 사람의 아픈 곳을 치료해주기 위한 약재로 사용할 수 있어 굳이 약초와 일반 작물과 나눌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백부자 두충나무 황금 진황정 등 300여종의 약초를 전시할 예정인 약초원은 일반인에게 한약재의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개지역과 한의사와 한의대생에게만 공개되는 두 지역으로 나누어 조성되고 있다. 또 주말농장처럼 한의사가 직접 한약재를 재배할 수 있는
체험농장과 약초의 생육에 대한 교육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식물원을 내려오며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없이 국내는 물론 세계 각처의 자생식물 및 약용식물을 1천700여종이나 수집해 식물원을 조성하고 있는 이 원장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각국이 종자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식물종의 다양성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한의사가 직접 나서 살아 있는 약초 동산을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식 개방은 하지 않았으나 이들 고산지대 한약재를 직접 보고싶은 한의사들에게는 안내 등 편리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의) 031)531-7751

포천=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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