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의협회장에 보내는 공개서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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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의협회장에 보내는 공개서한(2)
  • 승인 2003.03.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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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정체성 살려주세요

내우외환으로 한의계가 소란스러운 현정국에 협회를 이끌어 나갈 것을 결의하신 안재규 협회장께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과거나 현재나 한의계의 현실은 수많은 주변이해단체들의 침략과 약탈로 풍전등화의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 한의학이 제도권내에 진입하여 나름대로 보호를 받는듯하나 허울 뿐, 미완의 제도들입니다. 그리고 완벽한 제도정비도 하지못한 채 안주하는 일부 기성한의사나 한의협을 바라볼 때 개탄스러울뿐입니다.

외부적으로는 한의학을 양의학의 체계로 흡수통합하려는 양방의사와, 한약을 한의학에서 분리해가려는 양약사집단, 침술을 한의학에서 분리해내려는 무면허침구사집단, 의료시장의 개방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7천여 중국유학생, 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한방교육을 받고 있는 보이지 않는 유사의료업자들이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안방에서는 서로간에 욕심과 입장을 고수하며 전문의제도를 무원칙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분명히 공공의 산적한 문제들이 있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뻔히 보이는데도 집안 싸움만을 한다는 것은 조난당한 선상에서 서로의 잘잘못만을 탓하는 꼴입니다. 선배 한의사들의 업적에 존경심을 가지면서도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할뿐입니다.

이어서 한약 사 국가시험 응시거부처분 취소 소송 패소라는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한의협은 이 사태의 추이를 막연하게 약사출신 한약사는 최소배출되고 잘 해결될거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의협은 판결문을 전문가를 통해 객관화하는 작업도 하지않고 아무 근거없이 방관했습니다. 지금 위 사건에 대하여 실질심사가 진행중인데 한의협은 심사기준도 입수하지 못한 채 지켜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어디 이 뿐입니까? 양의사들은 맥문동탕을 처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내는가 하면 침과 뜸을 자기들 맘대로 쓰는 등 약, 침, 뜸이라는 한의학을 구성하는 3대 요소가 모두 양의사와 양약사의 통제권 밑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의협은 한의협대로 대책을 물으면 늘 '좋은 복안이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하면서도 결과는 신통한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의계 내부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그 원인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못하고 복지부동하는 태만함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의협에서 일은 하고있지만 한의학의 미래나 정체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체성이 없으니 한의학 자위권 발동은 커녕 제살 깍아먹기에 바쁜듯합니다. 이렇듯 협회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으니 막상 일이 닥치면 어찌해야 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한의계 구성원 하나하나는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인식한다 하더라도 효율적인 대처방식을 몰라 서로 네탓만 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어 한의학의 밝은 앞날을 낙관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신임 회장께서는 이같은 전한련의 문제제기를 신중하게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18기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의장 강민구 (경산대 한의대 본과 2년)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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